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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쉽게보는 난중일기(완역본) : 한산·명량·노량 해전지와 함께

 

쉽게보는 난중일기(완역본)

 

최고지휘관이 일기 형식으로 전쟁 상황을 기록한 예는 세계 역사를 통틀어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난중일기'는 전쟁 발발하기 전인 1592년 1월 1일부터 1598년 11월 17일까지 씌었으니 85개월인 2,539일 중에서 1,593일 동안의 기록이 실려있는 셈이다. 원래는 연도별로 작성되었으나 1795년 정조에 의해 <이충무공전서>의 간행을 명하면서 윤행임, 유득공이 편집상 <난중일기>로 붙인 것이라고 한다. 30여 년 전 종로 대형서점에서 '난중일기 완역본'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제서야 '쉽게 보는 난중일기 완역본'으로 읽어보니 '충무공 이순신'과 긴박했던 7년간의 임진왜란이 입체감 있게 다가왔다. 철저하게 훈련하고 군 장비 관리에 철두철미한 것을 보면 이미 전쟁 준비에 박차를 가했기 때문에 해전마다 왜군을 격침할 수 있었다.

사실 거북선도 일기를 읽어보니 이미 전쟁이 발발하기 전부터 제작이 완료된 상태에서 훈련을 해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듯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동헌에 나가 공무를 보는 와중에도 틈틈이 활쏘기에 매진했다. 한 문장으로 짧게 쓸 때도 있고 특별한 상황이 있을 때는 자세하게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전쟁 상황 보고, 공문 발송, 상벌 기록, 보고서 장계 올리기 등 공무적인 내용 외에 공사 간의 인사 문제, 가족 안부, 개인적인 울분과 한탄 등을 솔직하게 토로하기도 한다. 난중일기는 지금까지 여러 출판사에서 완역본으로 나왔지만 이 책은 실제 해전지의 사진이 수록되어 있고, 각주 해설과 함께 쉽게 읽히도록 번역되어서 더 뜻깊은 의미가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안네의 일기 - 완전판'을 읽었을 때처럼 누군가가 남긴 기록은 후대에 남아 생생한 현장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 받게 한다. '난중일기'는 충실한 전쟁 기록물이자 인간미 넘치는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되새길 수 있었다. 길고 긴 7년 동안 기록을 남겼다는 건 그가 얼마나 성실하고 진지하게 전쟁에 임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직도 기억나는 건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를 기록한 두꺼운 양장본으로 만든 만화책이 있었는데, 그때도 이순신 장군의 기개와 결의가 느껴졌다. 탐관오리의 유혹에 빠지거나 자만하지 않았고 권력을 탐하지 않은 채 오로지 맡은 바 임무와 역할을 충실히 다한 이순신 장군이 삼라 수군통제사로 있었다는 건 조선에겐 천운이나 다를 바 없었다.

나라를 구한 수많은 영웅들이 있었지만 이순신 장군의 수군이 왜적을 연일 격침하지 않았다면 조총을 무기로 삽시간에 한양을 무혈입성하여 점령한 왜군에 의해 조선 땅은 식민지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늦은 나이에 유성룡의 추천으로 관직에 오르고 전쟁 성과를 인정받아 삼라 수군통제사로 입신양명했으나, 무리한 출전 거부로 한순간에 백의종군이 되었지만 다시 풍전등화의 위기 상황에서 삼라 수군통제사로 복구되어 명량대첩과 노량대첩에서 왜적을 크게 무찌르고 나라를 구한 이 일대기의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주는 매력도 상당하다. 사랑하는 어머니, 형제, 아들을 전쟁으로 잃고도 오로지 왜적과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결연한 의지와 불타는 호국정신은 영원히 우리 가슴속에 남아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