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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죽음이 물었다 :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 있느냐고

 

죽음이 물었다

 

다들 피하고 싶은 무거운 주제이지만 삶과 죽음은 한 몸이기에 누구에게나 끝이 존재한다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브라질 완화의료 최고 권위자인 저자는 20여 년째 다양한 사회활동을 펼치면서 완화의료 인식 개선을 위해 저작 활동을 병행해오고 있으며 현재는 세계적 작가로 알려진 사람이다. 완화의료의 사전적 정의는 죽음을 앞둔 말기 환자와 그의 가족을 편안하게 돌보는 것으로 삶의 마지막 순간을 평안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말한다. 사람으로 태어난 제일 큰 축복은 마지막 가는 길이 평안했으면 하는 것일 테다. 수많은 환자의 죽음을 지켜보며 완화의료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책이다.

"죽어가는 사람을 돌볼 수 있으려면 우선 자신이 어느 정도까지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자신의 삶을 얼마나 책임감 있게 살아왔는지 알아야 한다. 자신에 대한 책임감이야말로 타인을 돌볼 책임을 질 능력의 척도이기 때문이다. 만일 당신이 삶의 가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죽어가는 이가 먼저 당신의 가면을 벗길 것이다."

완화의료는 결코 쉽지 않은 길이다. 이미 죽음을 앞둔 사람을 대하는 일은 감정 소모가 크기 때문이다. 예전에 '너의 장례식을 응원해'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송에서 본 적이 있다. 장례지도학과 학생들이 치어리더 동호회 활동을 하며 연습하고, 요양병원을 돌며 자원봉사활동을 하는데 거기서도 완화의료센터가 나온다. 이들이 치어리더 공연이나 노래를 들려주며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이유는 삶의 마지막을 앞둔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행복한 시간을 선사하기 위해서다. 그 마음이 너무나도 예뻐 보였고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방송에서 '죽음을 인정하고 맞이하는 것은 생애 마지막 숙제'라는 멘트가 나오는데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고통을 덜 받게 해준다는 건 삶의 존엄성을 끝까지 지켜준다는 뜻일 것이다. 이와 같은 책을 읽을 때면 현실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부질없게 느껴질 때도 간혹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욕심 없이 행복하게만 살고 싶은 바램도 있다. 우린 언제 어떻게 어디에서 무슨 일들이 내게 닥칠지 모른 채 살아간다. 영원할 것 같은 일도 시간의 흐름 속에 각자의 추억으로 남겨지고 그렇게 세월은 빠르게 흘러갈 뿐이다. <죽음이 물었다>는 이 책이 단지 웰다잉의 목적 만을 알리는 것뿐만 아니라 죽음을 통해 오늘을 얼마나 가치있게 살아가고 있는지 자신에게 되묻고 삶을 마무리할 때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