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밀도가 높은 서울·수도권은 말 그대로 치열한 경쟁 구도의 삶 속에서 번아웃을 겪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줄지 않는 업무량과 일정 압박에 몸은 하나인데 해야 할 일은 산더미다. 직장 생활하면서 번아웃과 과도한 스트레스, 만성피로는 일상과도 같았다. 노동력을 갈아 넣을수록 몸은 점점 더 망가져갔고 삶의 질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이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되었으면 1~5장은 번아웃 문화를 다루고 6~8장은 반-문화로 번아웃에 맞서는 방법을 알아본다.
"우리는 번아웃 문화를 지금 당장 멈추어야 한다. 이 멈춤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는 문화적 변두리에 있는 사람들, 독특하거나 현재 우리의 기준으로는 '성공하지 못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끌렸다. 성공의 기준 역시 변화해야 하는 문화의 일부다. 또 총체적 노동을 끝내지 않고서는 번아웃 문화를 근절할 수 없다."
OECD 기준 한국의 근로시간은 연간 1915시간으로 5위에 해당한다. 반면 독일은 1349시간으로 가장 적었다. 2004년 법정 근로시간을 주당 40시간으로 단축하는 '주 40시간 근무제' 즉, '주 5일 근무제'가 이때 시행되었고, 2018년에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높은 강도로 일하고 있는 셈이다. 적정한 일과 휴식이 보장되어야 삶의 질을 높아진다는 건 여러 연구결과에서 확인된 바가 있다. 번아웃 문화를 근절해야 할 이유는 인간의 존엄성 회복, 도덕적 가치, 공동체 연대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 데 있다. 충분한 휴식이 보장되는 가운데 취미생활도 할 수 있어야 삶이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사람이 일만 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는 말에 공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티스퀘어의 예처럼 직원들의 업무 외 삶에 관심을 가져주고 개인적인 근황 이야기도 서로 경청해 주는 직장 문화라면 회사 이직률도 낮추고 인재 관리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만난 베네딕트회 수도사들, 시티스퀘어, 취미인들, 장애가 있는 예술가들의 공통점은 인간의 존엄이 노동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경쟁이 심해질수록 의도치 않게 번아웃을 강제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 대표적인 예가 과로사인데 번아웃과 만성피로,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나타난 신체적 학대에 가깝다. 번아웃을 예방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사회가 그 심각성을 느끼고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서민들은 일자리가 곧 생계와 직결되기 때문에 추가 근로를 감내하며 보상 없는 야근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시행하면서 얻은 긍정적인 효과는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 절약과 그로 인해 업무의 자율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오히려 사내에서 일할 때보다 업무가 뒤떨어지지 않고 개인 만족도도 훨씬 좋아졌다고 한다. 근로자 없이 기업이 존재할 수 없고 기업이 존재해야 근로자는 생계를 꾸려갈 수 있다. 서로 공생관계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번아웃 문화를 없애는 것이 결과적으로 선순환을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학교를 중심으로 풀어갔지만 대부분 공감이 가는 내용들이다. 회사라고 별다를 게 없다.
번아웃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원인은 "우리가 노동을 중심으로 만들어놓은 의미의 체계, 업무가 존엄과 인격, 목적의 원천이라는 고귀한 거짓말"로 인해 지속되어 왔다는 것이다.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가치를 매기는 건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얘기다. 건강을 잃으면서까지 일할 이유는 없다. 노동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보다 더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건 만족스러운 여가생활이다. 일에 영혼까지 팔지 않았으면 한다. 우린 각자 행복할 권리가 있고 번아웃 징조가 보인다면 당장 신호를 보내 멈추자. 이 책을 읽으면서 번아웃 문화의 문제점과 종식시키기 위해 무엇을 더 의미 있게 생각해야 하는지 성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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