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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미술-보자기 : 보는 일, 자신을, 기억하는 힘

 

약 25년 동안 현장을 누비며 보도사진을 찍어온 사진작가의 미술 감상문은 보는 일, 자신을, 기억하는 힘이란 부제를 달고 미술관에 걸린 명화들을 자신이 느낀 그대로 전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그 어떤 이질감도 없이 에세이처럼 편안하게 읽힌다. 때론 과거의 기억을 회귀시키듯 진한 여운을 남기고 그림에 푹 빠져서 보게 된다. 유명 미술관의 도슨트를 따라 설명을 듣는 듯 글과 함께 보는 그림에 담긴 이야기들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해줘서 좋았다. 미술을 통해 '나'를 찾아가는 여정은 곧 인생을 깨우치는 과정이다. 그 어떤 작품도 아무런 의미 없이 심미적 관점에서 그리진 않았을 테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고 실패한 작품은 바닥에 뒹굴었을 것이다.

우리가 미술을 친근하게 느끼는 비결은 이렇게 작가가 의도한 메시지를 알아채서 나름의 해석과 이야기들로 보는 재미를 살린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미술 작품은 시대상을 반영한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 미술 기법들이 연구되며 그 당시에 주목할 만한 사건과 인물들을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선 처음 보는 작품들도 꽤 많이 소개되었고, 무엇보다 이전에 익숙하게 보던 그림들을 저자는 어떻게 해석하며 이해하고 있는가에 관한 관점에서 보는 것도 좋았다. 한 권의 책에서 이렇게나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보는 것은 기분 좋은 경험이다. 또한 설명을 들은 후 다시 작품을 보다 보면 뭔가 놓치는 것은 없는지 더욱 집중하면서 보게 된다.


미술 감상은 고상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 보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그림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보면 더욱 몰입하게 되는 건 사실이다. 무슨 의도로 그렸으며 이스터에그처럼 숨겨진 점을 발견했을 때 짜릿함도 있다. 오늘도 우린 바쁜 일상생활을 살아가며 평범한 가운데 느끼는 행복을 당연하게 여기며 지나칠 때가 많다. 작품 속엔 어쩌면 우리의 모든 희로애락이 담겨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보는 사람에 따라 미술 감상문은 다르게 적힌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화가들의 인생 이야기는 그래서 작품을 이해하는 첫 출발점이다. 불꽃처럼 작품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다 간 그들의 유산인 그림은 결국 나를 알아가는 새로운 창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