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앞으로 마주해야 할 미래에 과연 희망이란 것이 존재하긴 할까? 지구촌 곳곳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희망보다는 절망스러운 현실에 더 가깝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실낱같은 희망을 가진다는 건 언젠가는 바람이 이뤄질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 어떤 희망도 품을 수 없다면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말과 동의어일지 모른다. 작은 희망이라도 부여잡으며 우리는 힘든 오늘을 버티며 살아가는 거다. 이제 구순에 가까운 나이에 접어든 제인 구달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희망의 메시지를 얘기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제인 구달 연구소에 있는 제인 구달을 만나 인터뷰를 나눈 대화를 토대로 만들었다. 제인 구달의 최신 인터뷰집으로 그녀의 근황과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인간의 놀라운 지능, 자연의 회복 탄력성, 젊음의 힘, 굴하지 않는 인간의 정신력을 희망의 주요 근거로 제시하며 2부에서 이를 심층적으로 각각 다뤘다. 만약 이러한 것이 없었다면 실수를 수습하거나 다시 원상태로 되돌리지도 못했을거다. 세상은 자연을 파괴하고 훼손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자연을 보존하고 보호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누군가의 선행으로 우린 희망을 본다고 얘기하는 것처럼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다. 어디선가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도와주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매우 추상적이고 이상적으로 들리던 희망이 제인 구달과 나누는 대담을 듣고 있으면 전혀 근거 없는 말이 아니라 오랜 경험으로부터 축적된 실천적인 말이었다.
"글쎄요. 물론 결국 모든 것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제껏 이야기했듯이 불굴의 정신력이 지닌 용기는 종종 재난의 순간에 드러나지만, 모두에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에요. 어떤 사람들은 주저앉습니다. 그러므로 불굴의 정신력은 회복 탄력성과도 연관이 있고 우리가 낙천적인 사람인지, 비관적인 사람인지에 달린 것 같아요."
물론 안 좋은 소식을 들을 때면 마음이 착 가라앉고 암담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수해 당한 현장에서 이름 모를 자원봉사자들이 전국 각지에서 찾아와 복구를 위해 힘을 보태며 절망과 싸운다. 예전에 우리나라도 민둥산 천지였다고 하는데 나무 심기 사업을 꾸준히 한 결과 빼곡하게 들어찬 숲으로 가득해졌다. 이 책을 읽으면 느낀 점은 희망을 가진 것만으로도 우리가 하는 행동에 영향을 주며 신체와 정신 건강에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다. 작은 희망만 있어도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애쓴다는 것이다. 제인 구달은 희망을 "어떤 일을 이루거나 얻고자 기대하고 바람"이라고 정의 내렸다. 온통 절망밖에 보이지 않는 세상이지만 죽을 때까지 희망을 잃지 말고 꿋꿋하게 살아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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