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림프종에 걸려 3개월의 시한부 선고를 받고 곧 죽음을 앞둔 요코가 남편 구라시마 에지에게 편지를 쓴다. 그 편지는 요코가 죽은 후 시간이 조금 지난 뒤
편지봉투를 전달받는데 하나는 직접 직장인 교도소 안에서 전달을 받고 하나는 아내 요코의 고향인 우스카의 유치우편으로 보냈으니 그 곳 우체국으로 찾아달라고 한다.
아내가 건강해져 함께 여행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개조한 캠핑카를 하루만에 고치고 요코가 선물한 여행을 떠나게 된다.
구라시마 에지는 말주변이 없고 마음을 밖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다. 소심하다고 할 수 있고 다정다감하지만 재미는 없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요코는 동요가수 출신으로 같은 주제도 재미있게 표현할 줄 알고 항상 쾌활한 밝은 성격의 소유자로 빛과 같은 존재이다. 그들은 어느날 교도소 주관으로 한
콘서트를 통해 만나게 되고 결혼하게 된다. 48세의 구라시마 에지와 10살 차이가 나는 38살의 요코는 그렇게 교도소 안 관사에서 행복한 15년을 함께 산다.
이들이 얼마나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보냈을 지 짐작하고 남는다. 항상 요코만을 생각하며 다정다감하게 대했던 교도소 목공관련 직업훈련교사인 구라시마 에지.
구라시마 에지와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어서 더욱 감정이입하면서 읽어나갔다. 그렇게 사랑하는 누군가가 곁을 떠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아내의 유언을 따라
여행하는 중에 사연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비둘기처럼 박차고 날아가 자유롭게 살기를 원하는 요코의 마음을 들어주는 듯 서서히 구라시마 에지도 달라져간다.
질 나쁜 여학생이 진급을 위해 성폭행 당하는 것으로 모의한 것에 걸려들어 파직당하고 이혼하고 사람들로부터 외면받다가 밑바닥에서 차량털이범으로 살던 중
걸려들어 교도소에서 입소하고 그곳에서 구라시마 에지로부터 목공을 배운 스기노.
아내의 불륜을 현장에서 목격하고 마음에 큰 상처를 받은 다미야, 그의 부하직원으로 수십년간 가족을 등지고 외톨이의 살믈 살아온 난바라.
각각의 사연을 가진 이들로 서로가 서로에게 인연을 갖고 있었고 아내의 유골을 바다에 뿌리기 위해 우스카로의 여행을 떠나는 그 길에 만나게 된다.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는 이들. 담담하게 그려가는 필체. 단숨에 읽어나간 책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걸
알게해 준 소설이기도 하다. 그러고보니 책표지에 스토리가 다 담겨있는 것이 신기하다. 캠핑카에 매단 풍경소리가 듣고 싶어진다.
소설에서 인상적인 문구들입니다.
다네다 산토카의 싯구가 스기노를 통해서 여러 번 등장하는데요. 그 중에 하나입니다.
"혼자가 되면 우러를 수 있네, 푸른 하늘을"
"타인과 과거는 바꿀 수 없어도, 나와 미래는 바꿀 수 있다. 인생에는 유효기간이 없다." - 요코
"우연한 만남이란 멋진 일이 생길 징조인데, 그게 세 번 이어졌을 때 놀랄만한 기적이 일어난다." - 요코
잔잔한 감동을 억지스럽지 않고 물흐르듯 표현해낸 필체로 영화 <당신에게>가 보고 싶어졌다. 아내를 위한 여행이 곧 자신이 비둘기처럼 자유롭게 날기 위한 여행이었다니.
참 속깊은 아내이다. 그런 아내를 만나고 싶다. 또 그런 남편이 되고 싶다.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소설을 오랜만에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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