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으로 말할 것 같으면 전시 디자이너로서 현장에서 겪는 고충과 작업 과정을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그동안 기획한 전시전을 소개해 주는 책이다. 저자는 국립현대미술관 1호 공간 디자이너로서 우리나라의 전시 디스플레이 퀄리티와 수준이 어느 단계까지 발전했는지 책을 통해 상세하게 전달한다. 박물관, 미술관, 전시회 등을 가볼 일이 많아서 많이 가봤지만 전시 디스플레이를 준비하는 전시 디자이너가 있는 줄은 몰랐다. 그들이 전시전을 기획할 때 어떤 고민을 갖고 임하는지, 작품 주제와 메시지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배치나 동선에 신경 쓰는지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 작품 하나만으로도 이야기가 되겠지만 특별 전시전을 열 경우엔 건물 구조 파악부터 표현 방식을 어떻게 나타낼지 복잡한 과정을 거쳐 관람객을 맞이한다.
문득 읽다 보니 드는 생각은 관람객들이 편안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던 것도 전시 디자이너의 역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다는 거다. 나름 많은 곳을 가봤지만 같은 작품을 전시하더라도 주제에 맞게 작품을 배치하고 공간을 꾸미는 일이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사람들이 전시회를 보러 가는 이유는 작품을 직접 보기 위해서지만 주제의식을 나타내는 건 전시 디자이너의 몫이다. 특히 비엔날레처럼 대규모 프로젝트의 경우 참여 작가와 작품 수가 많고 형태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일관성을 유지하여 꾸민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가 미쳐 간과하고 있었던 영역인데 관람객들이 의도한 대로 경험할 수 있도록 입체적으로 디자인한 이들이야말로 숨은 주역이었다.
전시회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건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예술로 승화시킨 전시 디스플레이의 완성도에 달려 있다. 사람들은 시각과 감각, 경험에 집중하기 때문에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을만한 요소가 있어야 한다. 전시 공간 구성도에 따라 전시 영역을 꾸미고 전체 주제를 관통하는 디자인이 시각적으로 잘 드러나야 관람객들이 봤을 때 좋은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엔 박물관이나 전시회, 미술관을 갈 때면 다르게 보일 것 같다. 전시 디자이너는 어떤 생각과 고민을 거쳐 이렇게 꾸미게 되었으며,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는지 살펴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전시 공간 평면도를 보니 뒤에서 얼마나 노력을 다하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전시 디자인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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