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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함께 웃고, 배우고, 사랑하고 : 네 자매의 스페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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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나이 칠십. 스페인으로 해외여행을 떠난 네 자매의 좌충우돌 여행기는 신기하게도 유쾌하고 발랄하게 읽힌다. <함께 웃고, 배우고 사랑하고>는 신간이 아니라 지난 2002년에 펴낸 <네 자매의 스페인 여행>과 1978년 에세이집 <생과 만나는 저녁과 아침>에 실린 '로스앤젤레스에 두고 온 고향'과 1977년에 본 비철의 파리, 1999년에 본 제철의 파리를 함께 엮어서 펴냈다. 평균 나이 칠십이었던 이들 네 자매가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난 시기는 1999년이니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의 일이다. 여러 사정으로 몸이 편치 않고 성격도 각자 다르지만 20년 동안 서로 다른 대륙에서 헤어져 살던 이들 네 자매는 다시없을 여행에 마음과 뜻을 모아 함께 스페인을 떠난 것이다. 책에서 저자가 비철과 제철을 자주 언급하는 데 뜻을 찾아보니 비철은 비수기, 제철은 성수기라는 의미였다.

여행을 떠났을 당시 저자의 나이가 꽤 있었을 시기인데 월등한 필력과 섬세하게 묘사한 문장력은 깊은 몰입감을 준다. 다른 여행기에서 느껴보지 못한 방대한 지식을 담은 글 덕분에 책에 빠져 읽는 재미를 준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했던가? 환갑을 다 넘긴 나이에도 새로운 곳에서 겪는 모든 일들은 새롭기만 하다. 그건 혼자가 아닌 네 자매가 서로가 서로를 돕고 이끌어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시리도록 눈부시게 푸르른 날에 마드리드 궁전을 나오자마자 백치기를 당해 300달러와 소지품을 잃어버려고 여행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이유도 네 자매가 함께였기 때문이다. 지금에 와선 모든 일들이 지난 추억으로 남을 사건이지만 낯선 여행지에선 방심하면 크게 당한다는 걸 일깨워준 사건이었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지만 알람브라 궁전, 세고비아 성, 황금 탑, 카를로스 5세 궁전,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의 웅장하고 경이로운 광경은 그 나라에 직접 가서 봐야지만 체험되는 일이다. 여행을 떠나기엔 많다고 볼 수 있는 나이대임에도 해외로 떠난 이들 네 자매를 보며 희망이 생긴다. 여행이란 무료하고 평범했던 일상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주고 크나큰 추억을 선사해 주기 때문에 어디로든 떠나려고 한다. 직접 겪어보지 않았으면 평생 모를 일이다. 네 자매의 끈끈한 우애와 서로를 챙겨주려는 모습을 보며 누군가와 여행을 떠나야 하는지도 중요한 것 같다. 이렇듯 여행지에서의 일들을 충실하게 기록한 저자 덕분에 미지의 영역에 있던 세계가 바로 어제 일어난 일처럼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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