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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엄마의 역사 : 우리가 몰랐던 제도 밖의 이야기

 

저자는 영미문화권에서의 17세기 사료들을 추적하여 '엄마 되기'의 모든 과정을 역사학자로서 인문학적인 시각으로 담담하게 담아냈다. 얼핏 제목만 보면 여성들만 읽어야 할 책 같은데 엄마와 아이에 대한 모든 걸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권하는 책이다. 1930년대 노동계급 어머니들의 일과를 보면 대부분 6시 반경에 기상하는데 주로 부엌에서 일하고 돌보면서 시작한다. 오후에 남편이 일터에서 돌아오고 나서야 자기 몸을 챙기거나 쉴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대부분 여가를 누릴 기회도 없었는데 바느질감, 수선감, 뜨개질감을 처리하거나 장을 봐야 하기 때문이었다. 보통 하루에 12시간에서 14시간을 꼬박 서 있어야 했는데 끝도 없는 집안일을 붙잡느라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여유 없이 보내는 삶이 전형적인 일과였다.

'엄마 되기'를 임신, 출산, 산후조리, 하루 일과, 양육, 집안일 등 일련의 과정들을 자신의 경험과 함께 풍부한 사료로 가감 없이 쓴 이 책은 역사를 되짚어봄으로써 여성들이 아이를 키운다는 게 모성애 하나만으로 설명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아이를 돌보면서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건 일터에서 일하는 것만큼 중노동인데다 끝이 정해지지 않은 일이다. 그렇게 어렵게 살림을 꾸리면서 어머니들은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자신의 아이를 키우셨던 것이다. 산업화 이후에 여성, 엄마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불평등한 제도 개선에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지금은 과거와 달리 사회 공동체가 약해지고 대가족이 점점 없어지면서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사회과 함께 돌보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맞벌이 가정과 핵가족이 주요 사회구성원이 되면서 생긴 문제다.

아이를 출산하거나 돌본 경험이 있는 여성들이라면 마치 자신의 이야기로 들릴 것이고, 아내를 둔 남성이라면 어머니나 아내의 모습으로 투영되어 보일 것이다. '엄마 되기', '엄마 노릇하기'가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이다. 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건 이렇듯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정이다. 17세기부터 현재에 이르는 동안 정말 많은 것이 달라졌다. 모성의 실체와 감정들은 여성만이 가진 본능이다. 아무리 고되고 힘들어도 자신이 낳은 아이에게 헌신하는 건 당연하게 여겨왔다. 이제는 사회가 대신하여 그 역할을 도와야 하고 아이는 부모가 함께 키워나간다는 것으로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인문학적으로 엄마에 대해 다룬 책이 많지 않은데 이 책은 엄마란 존재와 아이를 키운다는 자체가 하나의 기적과 같은 일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