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서평(Since 2013 ~)

[서평]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는 비단 다른 독재 국가나 그런 성향의 지도자를 선출한 국가만의 문제인 줄 알았다. 민주주의 체제 내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보편화된 국가 시스템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우린 2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경험했다. 오늘날 세계적인 현상은 '민주주의적 자본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가 이 책의 중심 주제이기도 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정치·경제체제로 냉전 시기를 지나왔지만 이젠 변화해야 하며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내지 못하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보호무역주의, 포퓰리즘, 금권정치에 더해 몇몇 국가는 독재 정치로 폭정에 치달으면서 취약점을 드러냈다.

거대담론으로써 정치나 경제 문제에 관심을 가질수록 결국 우리 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정치와 경제라는 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독립적인 제도, 인정된 규범, 구속력 있는 규칙을 통해 서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수 조건이다. 다만 민주주의적 자본주의가 살아남기 위해선 이 균형을 잘 유지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주체들 간의 타협과 협력 과정에서 살펴볼 중요한 측면은 아래와 같다. 국가 시스템과 사회 구성원 간의 합의된 규칙이 공정하게 작동될 때 유지될 수 있다. 

첫째, 자본주의 경쟁은 무조건적 자유가 결코 '아니다'. 무조건적 자유는 조직폭력배 정치와 동의어다.
둘째, 게임의 규칙은 필연적으로 복잡하고 시간의 흐름과 함께 진화한다.
셋째, 이런 규칙들의 상당수는 국경을 넘나드는 시장경제의 특성을 반영하여 국제적으로 합의됐다.
넷째, 민주적인 유권자는 어느 정도의 경제적 안전을 요구하게 된다. 

주석을 제외하곤 527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책이다. 현재 민주주의적 자본주의가 어떤 위기를 맞고 있으며 세계정세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이해하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시사점을 제공해 주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조차 트럼프가 등장하면서 부패한 형태의 신가부장제 정치로 국정 기조가 바뀌고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체제가 크게 흔들렸다.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취약점을 우린 경험했다. 저자는 결론에서 시민으로서 생각하고 행동할 때 민주적인 정치 공동체가 생존하고 번영할 수 있다며 그 끈이 끊어지지 않도록 열린 토론과 감시로 관심을 가지는 시민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위험을 인식하고 희망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그 변곡점에 와 있는 듯하다.

"투표에 의지하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가 가지는 다른 이점도 있다. 독재 국가에는 민주주의와 달리 퇴출 메커니즘이 없다. 독재자가 유능할 수도 있고 균형 감각을 갖췄을 수도 있으며 멀리 내다볼 수도 있다. 하지만 독재자는 무능하거나 심지어 사이코패스일 가능성도 크다. 정기적으로 자유선거를 실시하는 국가라면 후자의 유형은 공직에서 해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