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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아우슈비츠의 자매 : 나치에 맞서 삶을 구한 두 자매의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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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시에 나치 경찰에 끌려갈지 모르는 불안과 공포, 생사가 오가는 급박한 상황을 이보다 생생하게 묘사한 책이 있을까 싶다. 레베카 린테 레블링-브릴레스레이퍼르와 마리안네 야니 브란더스-브릴레스레이퍼르 두 자매는 암스테르담에서 요세프 브릴레스레이퍼르와 피트에 브릴레스레이퍼르-헤릿서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제2차 세계대전으로 네덜란드가 나치에 함락되기 전까지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며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린테는 무용을 배워 공연을 하는 배우가 되었고 야니는 강한 반골 기질 덕분에 가족 중 사상적으로 깨어있어 여러 차례 위기 상황을 넘길 수 있었다. 사실 브릴레스레이퍼르 가를 도운 여러 조력자들과 기지를 발휘하지 못했다면 진작에 모든 가족은 J표식이 새겨진 채로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 가스실에서 최후를 맞이했을지도 모른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전체를 전쟁과 공포의 비극으로 몰고 온 나치의 만행과 목숨을 걸고 살기 위해 모든 최선을 다해 싸운 두 자매의 실화는 마치 독자들로 하여금 그 당시로 돌아가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여러 전쟁 영화와 드라마 못지않게 하루하루가 살얼음 판을 걷듯 위험천만한 순간들이 많았다. 실화로 바탕으로 쓰인 책이라 으레 있을 법한 사진 한 장 실려있지 않지만 붙잡고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는 다음에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궁금한 마음에 손에서 뗄 수 없는 몰입감을 준다. 얀 헤멜레익, 마르턴 미크 판힐서 등 도움과 조언을 주었던 이들 외에도 두 자매와 인연이 있거나 주요 인사들의 생애는 '하이네스트, 그 이후'에 빼곡하게 적혀 있다. 안네 프랑크와도 인연이 있다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폴란드의 작은 도시 오시비엥침을 독일식 발음으로 부른 것이 '아우슈비츠'라는 사실이다. 대략 1만 5천 명에서 2만 명을 수용할 수 있었고 이후 1941년 3월에 제2수용소인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수용소가 지어졌으며 전쟁 중 아우슈비츠 주변으로 약 40개의 보조 수용소가 증축되었다. 아마 유럽 각지에서 끌려온 유대인들을 수용할 장소가 부족해서 일 것이다. 1,1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유대인들을 통제할 수 없어 그 수많은 유대인들을 홀로코스트 가스실에서 집단 학살한 것이다. 참혹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그곳에도 삶은 계속되었고 삶을 포기하지 않았던 두 자매는 결국 붙잡혀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활을 하게 되지만 죽음이 문턱까지 온 생사의 기로에서 살아남아 삶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삶은 살기 위한 것'이라는 교훈을 되새기며 제2차 세계대전의 참상과 두 자매가 보여준 아름다운 저항의 기록을 알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으로 추천한다.

 

 
아우슈비츠의 자매
“유대인은 결코 순순히 죽음의 구덩이로 걸어 들어가지 않았다. 저항투사들이 있었다. 심지어 여성 투사들이었다.” 아우슈비츠를 증언하는 새로운 목소리가 담긴 이 책은, 개인적 기록과 공문서, 인터뷰 등 방대한 자료를 종합하고 교차 검증해 재구성한 기록 문학이다. 안네 프랑크 자매의 마지막 나날 또한 담겨 있다. 단순 생존이 아닌 ‘어떻게’ 살아남느냐에 집중한 자매는, 은신처에서도 수용소에서도 타인을 구하고 돌본다. 이에 자주 위협받지만 결국 본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남게 된다. 이들의 정치적이었던 예술 활동, 예술적이었던 저항 활동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생의 본질을 담은 화두와 맞닥뜨리게 된다. ‘나는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고 있는가.’ ‘갈등과 분리를 조장하는 세상, 진짜 적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이고, 돌아갈 곳은 어디인가.’ 시공을 초월해 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삶의 동기를 부여하는 이 책은 네덜란드에서 가장 큰 도서상인 ‘NS Publieksprijs’에서 ‘올해의 책’ 후보에 선정, 베스트셀러 목록에 130주 이상 올랐다. 이후 영미권에서 출간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도 선정됐다.
저자
록산 판이페런
출판
아르테(arte)
출판일
202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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