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시에 나치 경찰에 끌려갈지 모르는 불안과 공포, 생사가 오가는 급박한 상황을 이보다 생생하게 묘사한 책이 있을까 싶다. 레베카 린테 레블링-브릴레스레이퍼르와 마리안네 야니 브란더스-브릴레스레이퍼르 두 자매는 암스테르담에서 요세프 브릴레스레이퍼르와 피트에 브릴레스레이퍼르-헤릿서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제2차 세계대전으로 네덜란드가 나치에 함락되기 전까지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며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린테는 무용을 배워 공연을 하는 배우가 되었고 야니는 강한 반골 기질 덕분에 가족 중 사상적으로 깨어있어 여러 차례 위기 상황을 넘길 수 있었다. 사실 브릴레스레이퍼르 가를 도운 여러 조력자들과 기지를 발휘하지 못했다면 진작에 모든 가족은 J표식이 새겨진 채로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 가스실에서 최후를 맞이했을지도 모른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전체를 전쟁과 공포의 비극으로 몰고 온 나치의 만행과 목숨을 걸고 살기 위해 모든 최선을 다해 싸운 두 자매의 실화는 마치 독자들로 하여금 그 당시로 돌아가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여러 전쟁 영화와 드라마 못지않게 하루하루가 살얼음 판을 걷듯 위험천만한 순간들이 많았다. 실화로 바탕으로 쓰인 책이라 으레 있을 법한 사진 한 장 실려있지 않지만 붙잡고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는 다음에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궁금한 마음에 손에서 뗄 수 없는 몰입감을 준다. 얀 헤멜레익, 마르턴 미크 판힐서 등 도움과 조언을 주었던 이들 외에도 두 자매와 인연이 있거나 주요 인사들의 생애는 '하이네스트, 그 이후'에 빼곡하게 적혀 있다. 안네 프랑크와도 인연이 있다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폴란드의 작은 도시 오시비엥침을 독일식 발음으로 부른 것이 '아우슈비츠'라는 사실이다. 대략 1만 5천 명에서 2만 명을 수용할 수 있었고 이후 1941년 3월에 제2수용소인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수용소가 지어졌으며 전쟁 중 아우슈비츠 주변으로 약 40개의 보조 수용소가 증축되었다. 아마 유럽 각지에서 끌려온 유대인들을 수용할 장소가 부족해서 일 것이다. 1,1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유대인들을 통제할 수 없어 그 수많은 유대인들을 홀로코스트 가스실에서 집단 학살한 것이다. 참혹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그곳에도 삶은 계속되었고 삶을 포기하지 않았던 두 자매는 결국 붙잡혀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활을 하게 되지만 죽음이 문턱까지 온 생사의 기로에서 살아남아 삶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삶은 살기 위한 것'이라는 교훈을 되새기며 제2차 세계대전의 참상과 두 자매가 보여준 아름다운 저항의 기록을 알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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