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이력은 굉장히 화려하다. 프랑스 콩피에뉴음악원 수석 졸업, 루앙국립음악원 최연소 및 조기 졸업, 파리국립고등음악원 최연소 입학 및 앙리 바르다 사사, 최우수 졸업, 한국인 최초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EMI 클래식에서 녹음 및 인터내셔널 발매, 최연소 전곡 녹음한 연주자라는 타이틀과 함께 2012년 역사상 최초로 데뷔 앨범 빌보드 클래식 종합 차트 1위 기록, 아이튠즈 클래식 차트 1위를 기록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명성이 높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하나의 인격체로서 본받을만한 점이 많다는 사실이다. 12살 어린 나이에 혈혈단신으로 프랑스 유학을 떠난 후 음악을 향한 열정과 재능, 노력으로 실력을 향상시킨 결과다.
어린 나이에 이미 인종차별의 부당함을 깨달았고 <세계인권선언>에서 '우리는 모두 동등하다'라는 의미를 가슴에 새겼다. 대단하다고 느낀 것이 출세길이 보장된 콩쿠르 대회를 '플레임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마지막으로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콩쿠르는 절대 나가지 않겠다"라고 다짐한 일이다. 대회 나가 입선하기 위해 매달리기보단 진정 음악인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일찍 깨닫고 실천에 옮긴 것이다. 오로지 음악 자체에만 몰두하는 음악인으로서의 삶을 살기로 결심하니 가야 할 길이 명확해졌다. 일부 국제 피아노 콩쿠르 대회에서 불합리한 사실과 비리가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된 후 심사위원직을 사임한다. 오로지 실력만으로 자신을 증명해낸 저자는 쇼팽 <에튀드> 전곡과 라흐마니노프 <에튀드> 전곡을 한 독주회에서 모두 연주하는 프로그램을 무대에 올린다.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타이틀 획득에 사활을 건다. 각종 대회 입선부터 오디션 프로그램 상위 순위 획득까지 음악 자체에 대한 열정보다는 본질은 사라지고 나를 상품화하는데 익숙하다. 낯선 이국 땅에서 온갖 인종차별을 받으면서도 위대한 음악인이 되기 위해 부단한 연습과 노력은 게을리하지 않았다. 일단 사고방식과 마음가짐 자체가 달랐다. 본질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과 무엇이 중요한지를 아는 것 같다. 일찍 얻은 유명세에 휩쓸리지도 않고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망은 그대로 남아있다. 이제 30대 후반인 그녀가 이뤄낼 많은 일보다 앞서 경험한 일과 함께 귀감이 될만한 생각들은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본류는 무엇이었는지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나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예술인들이 읽으면 더욱 좋을 것 같은 책이다.
"자신을 성장시키고 승화시키는 행위를 심신을 다해서 하는 것을 사명이라고 하고, 동시에 그 행위가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선사하는 것을 숙명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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