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6년 몽골을 최초로 통일한 테무친은 위대한 칸으로 추대되며, '칭기즈 칸'이라는 존호를 사용하였다. '예케 몽골 울루스'라는 국가가 정식 선포되었고 통일 국가를 이뤄 제국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유목 민족 특유의 기마병이 발달한 몽골 대제국은 기동성을 주무기로 인류 역사상 가장 방대한 영토를 정복하였다. 동아시아 일대에서 동유럽, 티베트, 중동, 튀르키예 일부 지역에 이르는 곳을 정복한 뒤 장남 주치에게는 오늘날 이르티시강 이서에서 우랄강 이동에 이르는 지역을, 차남 차가타이에게는 몽골 서부에서 천산산맥에 이르는 지역을, 셋째 우구데이에게는 몽골 서북 지방을, 넷째 툴루이에게는 몽골 본토를 각각 분봉했다. 1234년 2월 9일 몽골의 숙적이었던 금나라는 우구데이 카안에게 멸망하였고, 1271년 몽골 제국 제5대 쿠빌라이 칸에 의해 원나라가 세워졌다.
몽골은 이렇게 강력한 대제국을 세웠지만 중국 대륙을 통치하기 시작한 1271년부터 1368년까지 겨우 97년 만에 원나라는 권력 다툼, 홍건적의 난, 흑사병의 창궐 등으로 쇠락의 길을 걷다 1388년에 완전히 멸망해버린다. 유목 민족이었던 몽골은 타타통아가 문자를 개혁하고 국가 재정의 기틀을 다지기 전까지는 문맹이었다. 1219년에야 최초의 성문법인 '예케 자사크'를 완성하였고, 아율초재에 의해 몽골 제국에서 원나라로 발전해나갈 수 있었다. 원나라의 행정력이 취약했다는 건 고유 문자 없이 야만인에 불과했던 몽골인들이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법률 체계와 관료 조직을 알지 못할 정도로 통치 경험이 전무했다. 방대한 영토를 정복하여 대제국을 이뤘음에도 원나라가 100년도 못 버티고 사라진 것은 정착해 살아가는 농경 민족이 아닌 유목 민족의 한계 때문일 것이다.
원나라는 고려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다. 원나라가 고려를 총 9차례에 걸쳐 침략했고 종속국으로 삼은 역사가 있다. 그동안 원나라의 역사 전체를 다룬 역사서가 많지 않았는데 굉장히 몰입감 넘치는 묘사로 낯선 원나라를 알게 되었다. 13세기에서 14세기에 걸쳐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 선 원나라가 대제국을 이룰 수 있었던 허례허식보단 실리주의를 택했고 종교의 자유를 보장했으며, 누구라도 일정한 세금만 내면 자유롭게 이동하며 교역할 수 있었는데 이는 실크로드를 탄생시킨 배경이 되었다. 개방된 사회 분위기와 신분을 차별하지 않고 능력만 있으면 중용되는 길을 터줬다. 몽골 야생말을 타고 광활한 초원을 누비며 동아시아에서 동유럽까지 정복한 이들은 역사에 많은 영향을 끼쳤음이 분명하다. 역사에서 배울 점이 많듯 흥미진진하게 읽을만한 책이다.
'· 서평(Since 2013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평] 이탈리아를 걷다 : 맛과 역사를 만나는 시간으로의 여행 (8) | 2024.08.26 |
---|---|
[서평] 초록지구 : 지구의 다양한 생태환경과 탄소중립 (0) | 2024.08.24 |
[서평] 탑보카(Top Voca) 2 : 전치사 & 콜로케이션 (1) | 2024.0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