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범절, 도덕심, 공중도덕, 에티켓 등 공동사회 구성원이라면 마땅히 지켜야 할 행동 준칙이나 규범들을 이르는 말이다. 우린 태어나 집안에서나 교육기관에서 훈육 또는 학습을 받으며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배워왔다. 이는 반드시 따라야 할 공동의 선으로 다른 사람과의 원만한 관계 형성을 위한 것이었다. 이를 어길 경우 예의 없는 부도덕한 사람으로 입방아에 오르내리거나 심할 경우 법적 제재를 가한다. 복잡한 사회에 여러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곳은 예외 없이 공공질서를 유지하려면 규칙을 따르도록 우린 학습 받아왔다. 우리 몸이 밴 매너는 언제부터 존재했으며, 시대별로 지나온 변천 과정을 아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일 것이라 생각했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한 것처럼 약 2,300여 년 전에 나온 테오프라스토스의 <성격의 유형들>에 묘사된 사람들의 모습은 지금과 닮아있다. 아리스토텔레스 시대만 해도 "친애에 기반한 예의 바람은 공동체 구성원들이 모두 함께 지켜야 할 미덕으로, 높은 계급과 낮은 계급 사이의 구분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키케로의 <의무론>에 데코룸 이후엔 엘리트가 갖춰야 할 자질로서 계급성을 부여하게 된다. 특히 중용을 강조하며 내면과 외양의 일치라는 대전제를 내세웠는데 이는 19세기 전까지 예법에서 중요하게 다뤄져 왔다.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철학적 근거를 제시하여 서양 예법의 기본 틀로 키케로의 <의무론>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매너의 역사>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시대별 저작물을 통해 서양 예절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왕실을 비롯한 상류 사회에선 더더욱 숙지해야 할 규칙들이 많았는데 식사 예절부터 에티켓북 등 평판을 중요시하며 사교 클럽이 활발했던 그 시대엔 자신을 나타내기 위한 수단인 매너에 무척 까다로웠다. 계급 사회에선 사회적 지위를 구분 짓는 기준으로 매너는 곧 그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였다. 격식을 차려야 할 장소와 상황에 맞는 에티켓을 배우는 이유도 예의 바름으로 이미지를 좋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평판은 현재도 유효하고 품격을 갖춘 사람에겐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준다. 넥타이 매는 법이나 돈가스를 먹을 때 칼과 포크 사용법 등 자잘한 것들을 배웠던 기억이 나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교류하는 사회에서 갈수록 매너가 왜 중요한 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6부 계급에서 개인으로 : 20세기 에티켓의 특징' 같은 경우 20세기 들어선 발명된 자동차, 비행기, 열차, 병원 등 새로운 공간과 상황, 역할에 맞게 지켜야 할 규칙이 필요했고 올바른 에티켓과 매너의 초기 형태에서부터 점점 변화된 과정을 아는 재미가 있었다. 비록 서양에 중점을 둬서 매너에 관한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책 중간마다 삽화와 사진으로 시대상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매너, 에티켓이 상류 사회의 엘리트를 중심으로 자리 잡았지만 19세기 산업혁명 이후엔 사회 구성원이 지켜야 할 예의범절이 되었다. 신분이나 빈부 격차와 상관없이 좋은 매너와 태도를 가진 사람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각박한 세상이지만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품격을 갖춘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좋은 매너를 갖추는 일은 곧 행복에 대한 추구이자 삶의 즐거움의 하나다. 그것은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의 따뜻함과 인정, 그리고 이해를 소중히 여긴다는 감정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처럼 매너에는 자기에 대한 존중과 남에 대한 존중이 교차하고, 그 존중을 행동으로 주고받는 기쁨이 있다. 따라서 좋은 매너는 당연히 더 나은 관계를 만들고, 더 좋은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평화로움을 창조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그래서 훌륭한 매너를 보는 일은 즐겁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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