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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데미안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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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에 몇 달에 걸쳐 감명 깊게 읽었던 A.J 크로닌의 <성채>나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처럼 한 인물의 자전적인 성장 이야기를 다룬 소설은 그 여운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도 마찬가지다. 부잣집 도련님으로 남부럽지 않은 독실하고 부유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싱클레어는 사회화된 자아에서 깨어나 개성화로 거듭나는 사춘기에 크로머와 데미안을 만난다. 싱클레어에겐 둘 다 유혹자지만 자신보다 3살이 많은 크로머는 폭력과 권력에 심취하여 끊임없이 괴롭히는 지배자였다면 데미안은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었던 세계'를 무너뜨리는 존재였다. 그러니까 싱클레어에겐 둘 다 자라온 배경과 삶의 양식이 전혀 다른 부류의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 둘을 만나면서 갇혀있던 자신을 깨뜨리고 자존감 있는 자신을 형성해가는 내용인 것이다.

저자는 <데미안 프로젝트>를 "내 안에 숨어 있는 데미안, 에바 부인, 아프락사스, 그리고 카인의 에너지를 마음껏 꺼내어 발산하는 찬란한 개성화의 길을 향한 기획"이라고 밝히면서 "내 안에 카인이 있고, 데미안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깊이 감춰져 있던 셀프의 모습과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사회화로 길들어진 틀을 깨고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기까지 거쳐야 하는 많은 단계가 누구에게든 있다는 것이다. 그걸 빨리 깨닫느냐 아니면 늦게 깨닫느냐의 차이인데 저자는 <데미안>을 여러 번 읽고 필사하면서 비로소 내 안에 감춰진 데미안을 발견했다. 우리에게도 비슷한 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크로머처럼 꼭 나를 콕 집어서 괴롭히는 녀석이 있는 반면, 데미안처럼 그동안 내가 알지 못했던 세계로 인도하는 친구가 있다. 에바 부인처럼 나와 다른 이성에게 빠져들면서 인생 처음으로 사랑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데미안>이라는 고전을 수없이 곱씹으며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건 등장인물마다 각각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도 사춘기를 겪으면서 비슷비슷한 경험이 있는데 더 넓은 세계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겪는 혼란스러움과 성장통에 빠져 방황하던 반항기를 생각해 보면 싱클레어에게 공감이 된다. 살면서 데미안처럼 내게 많은 영향을 끼친 멘토가 있을 것이고 성숙한 존재가 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깨어져야 했을까? 나 자신이 되고 싶다는 건 어떤 유혹과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굳건히 포기하지 않고 담대하게 나아가는 것이다. 내가 옳다고 믿는 아프락사스를 향해 개성화의 길로 걷다 보면 아름다운 인생이란 무엇인지 알게 될 날이 오리라 믿는다. <데미안 프로젝트>는 내 안에 숨겨진 나를 발견하기 위한 디딤돌인 셈이다.

'우리 안의 아프락사스는 이렇게 속삭일 것입니다. "너는 그렇게 나약한 존재가 아니야. 너의 인생은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야. 너의 진짜 아름다운 인생은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거야."'

 

 
데미안 프로젝트
‘정여울 데미안’으로 검색하면, 유튜브 누적조회수 50만 회 이상의 데미안 강의 동영상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EBS 〈지식의 기쁨〉을 통해 선보였던 데미안 강의는 아직도 정여울 작가가 글쓰기와 심리학 강의와 함께 가장 자주 의뢰받는 인기 강의이기도 하다. 20년간 전국의 도서관이나 중고등학교에서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진행된 정여울의 데미안 특강을 비로소 책으로 만난다! 작가이자 문학평론가로 20년간 활동해 온 정여울의 데미안 강의는 유튜브 누적조회수 50만
저자
정여울
출판
크레타
출판일
202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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