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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모던하트




역시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한겨레문학상 수상작들은 1회때 은희경의 <새의 선물>부터 의미있는 작품들이 많았다. 18회째를 맞는 한겨레문학상의 수상작인 <모던하트>는 정아은이란 신인작가의 작품이다. 그녀가 헤드헌터 일을 해오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것이 바로 <모던하트>이다. 헤드헌터의 경험이 녹아들어서인지 헤드헌터가 무슨 일을 하고 기업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그들이 사용하는 특유의 어법까지 알 수 있었다. 헤드헌터는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찾아서 그들의 프로필과 스펙을 제시해주고 채택되면 일정 수수료를 받는다. 헤드헌터에게 메일을 받고 전화통화를 한 적이 여러 번 있는데 그들이 제공한 문서에 정보를 입력해서 주면 왜 연락이 안오나 했더니 소설을 읽으면서 이해할 수 있었다. 


<모던하트>가 첫 장편소설일텐데 글에 속도감이 느껴질 정도로 재미가 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거니와 직장생활, 결혼, 연애를 다루고 있어서 더 공감이 되는 것 같다. 우연히 첫사랑을 같은 아파트에서 층간소음으로 다투던 아내의 남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도 하고 언니보다 일찍 결혼한 동생의 가정얘기까지 실감나게 그려냈다. 주인공은 헤드헌터로 실력을 인정받는 여자면서 아직 시집을 가지 않은 골드미스다. 그녀가 동생 가정생활에 뒤치닥거리를 하는 걸 보면서 내가 결혼하게 된다면 처남처럼 행동하면 안되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너무 게으르고 무책임하고 일단 직장생활하는 아내를 전혀 도와주지 않는다. 요즘 세대에 맞게 카톡으로 메세지 주고 받는 장면도 나오고 현 세태를 풍자한 소설답게 흔히 주변에서 봐오던 것들을 주인공의 시각에서 때론 날카롭고 때론 시니컬하게 묘사되곤 한다. 


스펙, 스펙, 스펙. 여전히 스펙이 중요한 시대다. 실무에서 쌓은 경력보다도 최종학력이 중요시되다 보니 특정기업에서 요구하는 최종학력의 조건에 맞지 않으면 서류심사나 면접까지 가기 어려운 현실이다. 학벌이 낙인이 되고 족쇄가 되는 현대판 계급사회인 것이다. 그 틀 안에서 발버둥치며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공평해야 한다고 외치지만 세상은 전혀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헤드헌터를 통해 실랄하게 보여준다. 일과 연애, 결혼은 직장인이라면 큰 관심사일 것이다.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듯 항상 행복하고 결말이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주인공을 둘러싼 관습과 제도가 가진 문제점을 지적하고 세대 간의 갈등이 얼마나 깊은지 보여주는 이 작품은 생생하게 살아있는 언어로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풍속도를 그려내는 세태소설이다.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에겐 충분히 공감갈 수 있는 내용들이 많은 책이라 적극 추천한다. 그 정도로 신인작가가 쓴 작품이라 믿기지 않을만큼 재미있는 소설이다.




모던하트

저자
정아은 지음
출판사
한겨레출판사 | 2013-07-1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헤드헌터의 눈에 비친 세속적 욕망에 휩싸인 현대인들의 비루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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