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런닝타임임에도 지루함 하나없이 재미있게 본 영화였다. 송강호와 조정석의 궁합은 정말 찰떡궁합이었다. 서로 주고받는 만담과 덜떨어진(?) 모습은 초중반까지 재밌게 볼 수 있었는데 출연배우들이 워낙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줬고 바다를 배경으로 한 영상미 또한 빼어났다. 단종, 수양대군, 김종서, 한명회 등은 시대극에서 아주 단골로 다뤄지는 소재이다. 관상가 김재경은 김종서 편에 서서 수양대군을 견재하던 가상의 인물인데 관상만으로 사람을 뽑는다는 건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만약 관상에 따라 뽑는다면 국가인권위원회에 엄청난 민원이 쏟아질 것이고 아고라나 판에는 이를 성토하는 글이 게재될 것이다. 시민단체 또한 실력행사를 하며 시청광장에서 시위를 벌일지도 모른다. 어디까지나 작가의 상상력으로 관상가가 주요관직에 뽑히게 된다는 가정 하에 재밌게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영화를 통해 관상에 대한 관심도 생길지도 모른다.
한명회는 90년대 KBS <한명회>에서 이덕화가 맛깔나게 연기하던 것이 기억나는데 영화 속의 한명회는 머리를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겉으로 보기엔 볼품이 없다. 또한 이정재가 수양대군으로 무력진입한 뒤에 정적들을 숙청해대는 모습은 <신세계>와 오마주처럼 겹쳤다. 신세계에서도 조직내 보스들을 모두 한 큐에 처치해버렸는데 이미지가 너무 겹쳐버린 것이다.
관상을 통해 조정석은 새로운 발견이었다. 그런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는 조정석 밖에 떠오르지 않을만큼 영화의 활력소같은 존재이다. 김혜수 또한 맡은 배역을 120% 소화해내며 시대극에 어울리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불식시켰다. 오랜만에 소원 이후로 한국영화를 극장에서 재밌게 본 것 같다.
'· 영화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퍼시픽 림 : 화끈한 걸 기대하지 말자! (0) | 2013.10.16 |
---|---|
[영화] 어떤 여인의 고백 : 나의 인내의 돌은 무엇인가? (0) | 2013.09.27 |
[영화] 소원 : 아동성폭력과 희망의 메세지를 담은 영화 (0) | 2013.09.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