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부당거래>, <부러진 화살>, <남영동1985>, <더 테러 라이브>, <소원>, <집으로 가는 길>, <변호인>같은 메이저 영화부터 <두 개의 문>, <트루맛쇼>로 이어지는 다큐멘터리 영화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사회의 부당함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 진실과 마주한 누군가를 불편해하면서 부정하거나 감추려들 것이고 다른 편에서는 경각심과 공감을 얻게 될 것이다. 과연 영화 하나로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낼 때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까? 최근 서점가에서는 말콤 글래드웰의<다윗과 골리앗>이 화제다. 항상 결론에 이르러 이기는 것은 강자로만 알고 있지만 이 책에서는 약자들이 강자들을 이기는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다. <또 하나의 약속>은 마찬가지로 강자에 맞선 한 아버지의 외로운 투쟁을 감동깊게 그린 휴먼가족드라마다.
고등학교 졸업 전에 학교로부터 면접시험을 온 한 반도체 회사에 합격한 19살의 소녀는 이제 열심히 벌어서 가족에 보탬이 되겠다는 희망에 웃음짓지만 그로부터 2년 후 백혈병이란 병에 걸린다. 그 후 집에서 요양생활을 시작한 가족에서 회사 측에서 온 인사담당자는 산재보험 가입 포기조건으로 직원들의 성금이라며 돈 몇 푼을 건넨다. 사건은폐를 위한 입막음용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지만 그때는 너무 늦어버린 상황이다. 사람 목숨을 개인적인 일로 떠넘기는 회사측, 하지만 그 회사에 일했던 다른 동료 직원들도 각종 희귀병에 걸려버린다. 과연 회사에게 직원은 어떤 존재인가? 반도체 회사에서 특수약품을 다루는 일은 극히 위험한 일이다. 아무리 훌륭한 시설을 갖췄지만 실제 일하는 것은 그 가스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특수장비를 갖추고 다루는 것도 아니면 단지 조류독감때 파견된 사람들이 입는 방사복 정도가 전부다. 왜 기업들은 중대한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은폐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출까? 그들에겐 사람 목숨이 아무것도 아닌 것일까? 회사에서 일한 사람들이 병에 걸려 죽게 되었는데 사과나 보상은 커녕 모두 개인적인 문제로 치환하거나 돈 몇 푼으로 회유시킬려고만 한다.
만약 이 영화를 계기로 기업에게 유리한 법(기업정보공개)이 바꾸지 않는다면 앞으로 우리들의 사회, 우리 주변의 사람들도 똑같은 일을 겪게 될 것이다. 사실입증을 피해자가 하라고 하는데 기업이 정보접근을 차단시키면 입증할 방법이 없다. 이것은 비단 반도체, 한 기업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자동차 급발진 문제부터 이런 문제는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이를 바로 잡으려면 먼저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법부터 수정되어야 한다. 기업 또한 사회공동체로서 제대로 설려면 사고, 사건이 터졌을 때 머리 숙여 피해 당사자와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죄하는 모습과 다시는 사건,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기업설비를 바꾼다거나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기업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국민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돈이 곧 권력이 되고 법과 사회를 지배할 수 있다는 오만함은 우리 사회를 불행의 늪으로 빠뜨리게 될 것이다.
기업이미지는 CF 몇 편, 흑자 수익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그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기업들이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본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직원들을 진정한 가족처럼 대하는 회사는 별로 못 본 것 같다. 기업이미지용 CF 카피문구가 거짓말이 아님을 입증하려면 현실 속에서 성실히 지켜나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한가지 이 영화의 개봉관이 점차 늘어나서 많은 사람들이 꼭 봤으면 좋겠다. 가족에게 닥친 불행에 맞서 거대 권력과 마주한 아버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것은 기업이 아니라 바로 이런 분들이 사회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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