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도 참 맛깔스럽게 썼다. 술술 읽히는 책을 따라가다보면 장사 잘하는 사람들이 만든 음식을 찾아가 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더 강렬하게 든다. 장사가 쉬울리 없다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장사만큼 쉬운 건 없다며 전국 각자의 음식점과 메뉴들을 소개해주고 있다. 일본 이지카야의 신이라는 우노 타카시가 쓴 <장사의 신>을 인상깊게 읽은 기억이 있어서 <한국형 장사의 신>은 무엇이 다를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우노 타카시는 의도적으로 고수가 하수에게 비법을 전수하듯 반말체로 툭툭 내던지듯 썼다면 김유진은 자신이 알고 있는 건 다 알려주고 싶은 지인처럼 친근감있게 독자들과의 거리감을 줄였다.
장사를 처음 해보는 사람은 프랜차이즈를 권한다지만 아무 프랜차이즈를 선택하지 말고 꼼꼼하고 깐깐하게 알아보라고 충고한다. 프랜차이즈 이름값만 믿고 시작했다가는 늘어나는 견적서에 쫓겨 야밤도주할거라면서 자신이 돈주면서 하는 장사니만큼 최대한 알아볼 수 있을만큼 알아보고 난 뒤에 준비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따지고보면 장사를 해본 적이 없는 초보가 프랜차이즈나 가맹점의 도움없이 시작하기에는 겪어할 시행착오와 노하우 습득시간이 꽤 오래걸릴 것이다. 돈 주면서 배운다고 생각하면 될텐데 프랜차이즈도 돈이 많이 든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겠다. 장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을 몇가지 지적해주고 있는데 최대한 객단가를 높일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하고 지출하는 비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노력을 아끼질 말라고 한다. 컵 대신에 종이컵을 이용한다거나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주면서 다른 메뉴를 주문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글을 식당에서 겪어본 기억이 나면서 공감이 팍팍 되었다.
부동산업자와 안면을 트고 친해지면 알찬 정보를 얻을 확률이 높다는 내용과 권리금은 아끼지 말라고 한다. 권리금없이 들어가는 곳은 유동인구가 적고 길목이 좋지 않은 곳이 많고 권리금이 높은 곳일수록 유동인구가 많고 좋은 자리에 위치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근데 권리금보다 임대료에 더 신경을 써야한다고 한다. 임대료는 깎으면 깍을수록 좋다. 임대료가 높으면 장사에도 큰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 아무리 매출이 높더라도 나가는 비용이 높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다 따져봐도 내겐 막상 장사를 하려고 하면 초반에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우선 능동적으로 계절메뉴를 내놓거나 아이디어를 즉각 활용하려면 기본적으로 조리와 음식솜씨가 좋아야 한다. 우노 타카시도 능동적으로 메뉴를 바꾸고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나로 높은 객단가를 유지했다. 세트메뉴를 구성하고 새로운 시도로 가격저항선을 높이는 등의 노력이 곧 장사의 신을 만들어놓는 게 아닌가 싶다.
재미진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부록이 나와있는 음식점을 찾아가 하나씩 맛보고 싶어진다. 부록에는 주소와 전화번호가 있으니 찾아가 먹어봐도 될 것 같다. 콘셉트별 대박집도 관련 업종으로 장사를 할 생각이라면 찾아가 맛도 보면서 어떻게 장사하는지 관찰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장사라는 게 아무런 정보없이 자신의 음식솜씨나 아니면 어머니 손맛만 믿고 시작하기엔 준비하고 알아야할 것들이 많다. 크게 거부감없는 글로 장사라는 것에 대해 쉽게 풀어쓴 책이다. 영세업자들이 비용을 줄이면서 객단가를 높여 장사의 신이 될 수 있는 비법과 에피소드들이 들어있는데 장사를 시작하려는 사람이나 관계없는 사람이라도 마지막장까지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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