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협한 역사적인 지식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함으로써 또 다른 대륙을 개척했다는 제국주의 역사관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세계사를 배울 때 매우 좁은 관점에서 익혀왔다는 걸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알아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명나라의 정화는 콜럼버스보다 90년 앞서 1500톤에 달하는 대함선과 막강한 병사를 거느리고 인도, 아프리카, 동남아, 아라비아 반도 등 방대한 지역을 무대로 무역을 했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궁금한 사실은 고대에는 과연 무엇으로 바다를 항해했을까라는 점이다. 그 당시에는 정확한 지도나 항법은 커녕 만들 수 있는 것은 뗏목과 카누가 전부였을텐데 과연 어떻게 망망대해인 바다를 향해 나아갔을까라는 점이다.
이 책을 쓴 브라이언 페이건은 현재 캘리포니아대 샌타바버라캠퍼스에서 고고학과 명예교수로 재직중인 세계적인 고고학자로 알려진 사람이다.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필연은 어릴 적에 아버지의 친구를 통해 배를 타는 법을 배웠고 노와 바람에만 의지하여 바다를 여행한 기억이 발단이 되었다. 모터에 의지한 것도 아니고 단순히 자연의 산물인 바람을 이용하여 돛을 조절하면서 바다 여기저기를 항해한 것이 이 책을 쓰기로 결심한 시점에서 문득 든 의문과 맞닿게 된다. 항해기술이라곤 경험 밖에는 없을텐데 우리들의 선조들은 바다를 어떻게 항해할 수 있었는지와 그 먼 거리를 느린 속도로 노를 저어 갔다는 점이다. 심지어 섬과 섬, 섬과 육지 사이의 부족끼리 교류가 실제로 존재했었고 정복까지 했다는 점은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흥미로운 이야기 아닐 수 없다. 우리의 편견을 무너뜨리는 이런 작업은 세계관과 역사관을 넓혀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추천할만하다.
르네상스 중세시대만 해도 지중해 바깥 세상으로 가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거라고 했는데 얼마나 우매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잘못된 믿음과 신념은 자신이 아는 것만이 전부 진리이며, 그 외의 사실은 사실이 아니라고 믿게끔 하는 위험한 발상을 낳게 한다. 이 책은 인류 초기의 항해의 역사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지금의 시점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고대로부터 시작한다. 고대에는 바다가 천혜의 보고였을 것이다. 무한한 식량을 제공해주는 곳이자 삶의 터전이었다. 이 책은 고대로부터 최근 시점까지 모든 항해의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인류는 끊임없이 새로운 지역을 개척하고 정복하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계속 도전할 수 있었고 더 넓은 지역으로 이동하려는 그 흐름이 낯선 문명과 만날 수 있게 하였고, 새로운 문명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인류의 이동과 흐름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아주 디테일한 사실과 연구를 근거로 꼼꼼하게 알려주고 있다.
'· 서평(Since 2013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평] 한국미술, 전쟁을 그리다 : 화가들이 기록한 6.25 (0) | 2014.08.06 |
---|---|
[서평] 60초 : 이홍렬의 즐겁게 사는 이야기 (0) | 2014.08.02 |
[서평] 신 백과사전 : 고대부터 인간 세계에 머물렀던 2,800여 신들 (0) | 2014.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