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을 겪은 세대라면 귀여니라는 닉네임과 그녀가 쓴 <그 놈은 멋있었다>를 기억할 것이다. 여고생 소설가로써 인기를 끌었지만 한 편에선 통신체들이 난무한 소설인지 아닌지 분간이 안갔던 책이라고 비판을 많이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에는 PC통신에 소설을 올리는 작가들이 많았었고, 몇몇 작품들은 상당한 인기를 끌었었다. 그 뒤로 <그 놈은 멋있었다>가 영화화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뒤로는 귀여니에 대한 기억이 사라져 갈 즈음에 만난 <어느 특별한 한 달, 라오스>에서는 예전보다는 많이 성숙해진 듯 싶었다. 한창 유명세를 탄 뒤에 뚜렷한 히트작이 없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글이 잘 써지지 않았다는 그녀는 어느날 이십대의 마지막을 의미있게 보내고 싶어 여행을 계획한다. 그가 돌아본 곳은 태국을 경유하여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를 쭉 돌아보는 것이었는데 아마 라오스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각별한 기억으로 남아있었던 것 같다.
라오스는 관광지로써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인데 아마 장기여행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꼭 가봐야할 곳일 듯 싶다. 여전히 순박한 사람들과 눈부시다 못해 아름다움의 끝을 보여주는 거대한 자연경관에 경외심마저 느끼게 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여행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 그대로 그녀는 조금 여행비용을 줄일려고 방콕을 거쳐 라오스로 갈려고 했으나 방콕에 도착한 시각은 밤 12시라서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택시 운전기사에게 제대로 바가지 요금을 썼고 가장 비싼 게스트하우스에서 묵게 되었으니 10만원 절약하려다 더 큰 비용을 지불한 셈이 되었다. 이런 좌충우돌 여행기는 아마 여행을 떠난 사람이라면 재미나게 읽을 것이다. 역시 인터넷 소설가로 재기발랄한 글솜씨는 여전한 듯 지루하지는 않았다. 톡톡튀는 매력이 느껴지는데 아직 소녀적 감성이 남아있었다.
낯선 마을에서 홀로 깨어난다는 건 세상에서 가장 기분 좋은 느낌이다 - 프레야 스타크
인생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우리가 살아숨쉬는 동안 과연 몇몇 나라를 여행할 수 있을까? 한달 넘게 외국으로 여행을 떠난 그녀가 한 편으로는 부럽고 눈으로 직접 가서 보고 경험했다는 것에 나도 <꽃보다 청춘>처럼 낯선 곳을 지나 세계7대 불가사의를 보고 싶어진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아서 여행을 가기엔 시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답답함이 있다. 이 책만 읽어보아도 라오스에 대한 궁금증에 조금 풀리리라 본다. 그녀가 라오스 여기저기를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과 지도 외에도 여행기라면 이젠 필수가 된 부록까지 꼼꼼하다. 사실은 책은 몇 시간이면 읽을만한 분량이다. 그래도 늘 그렇듯 누군가의 여행기는 읽을 때면 간접체험을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긴팔원숭이체험은 어디서든 쉽게 체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라오스에 가게 된다면 자연에 몸을 맡겨보고 싶다. 계획을 세워놓고 떠난 여행보다는 예기치 않은 돌발상황이 발생해도 순발력있게 대처하는 그녀의 진짜 여행기. 무려 한달이나 머물러 있었는데도 여행비용은 170만원 정도라니 정말 다녀오고 싶은 곳이다. 여전히 여행지로써 라오스는 매력적인 나라다. 대자연이 살아숨쉬는 라오스에서의 즐거운 시간을 보낸 귀여니(이윤세)의 다음 작품도 기대해본다.
'· 서평(Since 2013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평] 예스를 이끌어내는 설득 대화법 52 (0) | 2014.09.09 |
---|---|
[서평] 공공미술, 마을이 미술이다 : 한국의 공공미술과 미술마을 (0) | 2014.09.09 |
[서평] 클래식 산책 : 최영옥과 함께하는 (0) | 2014.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