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표지에서 받은 느낌처럼 소소한 우리들의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소품처럼 아담하게 그려내었으며, 감수성 높은 작가의 섬세한 글솜씨와 지나간 기억들에서 느낀 감정들을 담담하게 그린 예쁜 책이다. 저자의 일상도 나와 달리 특별한 무엇가가 존재하는 것이 아님에도 어느새 그런 평범한 일상 속에 살면서 하나하나 스치는 글귀에 꽂혀 공감하게 되고 내가 살아온 삶에 남겨진 흔적들을 찾아보게 된다. 내게 위로가 되는 말들이 참 많다.
"누군가의 말을 빌리자면, 모든 이해는 오해니까. 나도 남을 오해하며 산다. 다만, 나의 이해가 오해일 가능성, 타인이 상상도 할 수 없을 새로운 일면을 갖고 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내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뜻밖의 선물처럼 스르륵, 오해가 풀리는 순간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성큼 가까워질 수 있다. 사람은 복잡한 존재다. 나만큼, 남도 복잡하다. 사람은 다 그렇다"
간혹 강연 프로그램에 나가서 방청하다보면 제일 많이 듣는 말이 바로 이 말이다. "지금 바로 무엇이든 시작하라. 일단 저지르고 보라."는 말이다. 생각만 하지 말고 일단 시작해보라는 의미에서 하는 말인데 반복적으로 들을 때마다 거부감이 들었었다. 옳은 말이긴 하지만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새롭게 시작하기엔 생각할 것이 많았다. 이미 새로운 것을 시도해서 성공한 사람들은 그 과정 속에서 힘든 일이 많았을텐데 무턱대고 시도해보라니 덜컥 두려워지기도 하다.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이라면 과감하게 거두절미하고 자신의 꿈을 향해 저돌적으로 나아갈 지도 모른다는 다소 소심한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생각해도 무모하리만치 저지르고나서 결국엔 괜찮았던 일들도 꽤 많다. 춤이라면 몸치인데다 박치라서 평생 춤다운 춤을 춰본 기억이 없는 내가 홍대의 한 클럽에서 살사를 배운 일이다. 6주간 기초과정이라는 말에 혹해서 한 번 해볼까 하다가 기초적인 스텝을 배우고 그 속에서 2시간 동안 주말에 춤을 췄으니 지금도 낯선 경험이지만 새로운 세계에 들어갔다가 나온 사건이기도 하다.
작가가 경험한 일들도 내가 겪은 일들은 모두 인생의 장면 중 하나일텐데 설령 그 기억들이 좋든 나쁘든 지나고보면 추억으로 떠올린다는 것처럼 말이다. 얼음이라는 에피소드부터 시작되는데 작가가 느낀 생각은 컬러로 강조되어 있다. 근데 그 문구들이 정말 좋다. 한번씩 곱씹어보면 좋을 정도로 간결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말이다. 그녀가 느낀 사랑은 얼음처럼 누군가에게 자꾸 채워주고 싶은 감정은 아니었을까? 대개 이런 류의 에세이들은 잔잔하게 흘러서 소소한 일상 속에서의 감정들이 사사롭지 않은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매력이 있다. 결국엔 다 괜찮아질테니 현재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솔직해지자. 안해서 후회하느니 저지르고 후회해도 늦지 않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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