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도 수많은 에세이를 출간하면서 잠시 그가 소설가 임을 잊었다. 해학적인 문체와 본질을 다르게 표현하는 능력은 발군이다. SNS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도 촌철살인과도 같은 문장들은 과연 소설가임을 다시 자각시키게 된다. 이미 5년전에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황금비늘>이 표지와 지면을 늘려서 재출간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김동명이라는 고아가 세상으로부터 나아가면서 겪는 과정을 그린 전형적인 성장 소설이다. 머리는 상당히 좋아서 암기력이 뛰어나지만 계산법은 남다르다. 처녀총각 - 처녀 = 총각처럼 세상이 규정한대로 셈을 하는 것이 아닌 본 것 그대로 더하기 뺸다는 독특한 관점을 가진 아이다. 영아원에서 입양되지 못한 채 보육원에서 생활하게 되지만 체격이 약한지라 유독 괴롭히는 형을 피해 탈출하고 싶어한다. 보육원을 탈출해 서울로 올라오지만 특별한 기술이 있거나 나이도 어려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렇게 배고픔을 못 견디다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비탈길에서 휠체어를 탄 중년 남자를 도와주게 되는데 그 일을 계기로 그 중년 남자에게 양자로 받아들여져 생활하게 된다.
하지만 세상은 뜻대로 되지 않듯이 아버지라 부르게 된 남자의 전직이 원래는 소매치기였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그 길로 소매치기를 전수받게 되는데 우연히 어느 날 도인 할아버지를 만나면서 상황이 또 급반전이 된다. 현실과 환상이 교차되는 순간인데 결국 황금비늘을 만나게 된다는 소설로 글마다 작가가 가진 상상력이나 유머감각이 뛰어나지만 소설로서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것은 바로 해학적인 요소를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도 여전히 이외수의 책이 사랑을 받는 이유가 현실을 한 번 더 곱씹어서 생각해볼 여지를 열어두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도 김동명이라는 아이가 양아버지를 만나기 전에 티격태격 말다툼하는 것도 현실적이면서 참 소설 잘 쓰는구나 절로 감탄하게 된다. 배배 꼬여서 쓰지도 않고 누구나 읽어도 알아듣기 쉽게 쉬운 문체로 쓰여졌다. 그래서 술술 읽히니 소설이 재밌어질 수밖에 없고 이외수라는 작가의 이름값이 아니더라도 소설이 가진 힘을 제대로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요즘은 이런 독특한 소재를 가진 소설을 만나볼 수 없었는데 어서 암투병을 이겨내고 새로운 장편소설 한 권을 만들어주길 바래본다. 남다른 상상력과 독특함을 작가적인 역량으로 어떻게 풀어갈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소설로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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