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푹 빠져 있었던 때가 막 대학교에 입학하고 여름방학을 지날 무렵이었는데 그때는 학교에서 공부하듯이 노트에다 신화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이름과 관계도, 어떤 신이었는지에 대해서 달달달 암기하듯 외우곤 했는데 빼곡하게 들어선 자간 범위만큼이나 신들도 참 무수히 많았다. 그때만해도 서양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것들 중의 하나였으니 아마 필수과목처럼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아도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따지고보면 그 신들의 이름에서 나온 단어들 중에 우리가 익히 아는 단어들의 어원이기도 하고, 그에 얽힌 이야기들은 장대한 대서사시처럼 웅장하다. 그만큼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파생되어 나온 소설이나 명화들이 탄생했던 기초이기도 했다. 고대 그리스에는 인류의 정신적인 근간을 지탱해주는 많은 철학자, 사상가, 천문학자 등등이 배출되었고 그들이 남긴 명언과 책들은 후대에 귀중한 자료가 되었다.
워낙 그리스 신화에 대해 관심이 있다보니 덜컥 집어든 <고대 그리스의 영웅들>은 공략하기 만만치 않은 두께를 자랑한다. 무려 1,000페이지가 훌쩍 넘는데다가 워낙 방대한 이야기를 집대성하듯 쓰여진 책이라서 한 번에 다 읽기에는 조금 무리가 따른다. 이 책을 쓴 하버드대 그레고리 나지 교수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았던 고대 그리스 영웅들의 개념이 다르다고 주장하면서 이 책을 썼다. 24개 강의록으로 나뉜 것에도 알 수 있듯이 각각의 주제에 따라 총 24강으로 하나씩 공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존의 개념과 의미들이 강의 형식으로 재해석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아마 서양 철학이나 문화에 대한 이해를 목적으로 읽는다면 그들의 사상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살짝 과장을 보태 이 책 한 권이면 고대 그리스와 서양 문화를 모두 섭렵할 수 있다. 저자가 쉽게 쓰려고 한 흔적도 보이고 시간만 충분하다면 진득하게 앉아 읽을 것만 같다.
이 책을 집필한 작가도 존경스럽지만 과감하게 출간한 출판사에게도 경의를 표한다. 상세하게 수록된 고전 속 지문들과 강의하듯 섬세하게 설명한 작가 덕분에 엄청난 두께에 지레 겁을 먹고 있다가도 막상 책을 집어들고 읽을 때면 그런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고전작품들과 고대 그리스에서 태어났던 인물들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기 때문에 소장가치 높은 이 책을 두고두고 시간날 때마다 꺼내서 읽고 싶을 정도로 참 자세하게 쓴 책이다. 또한 책 뒷편에 수록된 중요 그리스어 단어목록은 그 단어가 가진 뜻을 명확하게 알 수 있어서 좋았고, 수많은 참고문헌이 말해주듯 공들여 쓴 흔적이 보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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