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읽었던 신데렐라, 백설공주, 헨젤과 그레텔, 늑대와 일곱 마리의 새끼 염소, 어린 양치기 소년는 저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재미나게 읽었던 동화였다. 이렇게 익숙한 동화들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만나면서 재탄생되기도 하고 아직까지도 어린이들이 즐겨읽는 동화이자 사랑받는 동화로 기억되고 있다. 이 모든 동화를 그림 형제가 썼다는 걸 최근에야 알게 되었고 원작은 그 느낌이 다르다는 점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특히 신데렐라를 읽으면서 대개 스토리는 다 알고는 있었는데 못된 계모의 딸을 새가 양쪽 눈을 쪼아서 맹인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얘기를 과연 어린이들이 읽어도 될까 싶을만큼 잔인하기도 한 구석이 있다. 엄마 염소가 새끼 염소를 먹고 낮잠을 자고 있는 늑대의 배를 갈라 여섯 마리 새끼 염소를 꺼내고 다시 봉합하는 장면도 무섭긴 마찬가지다. 대개의 작품들은 단편이기 때문에 금새 읽게 되는데 기독교적인 가치관과 권선징악의 의미를 어린이들에게 심어주려고 한 의도가 보인다. 좋은 일을 하면 보상을 받고 나쁜 일은 하면 지금 있는 것도 빼앗기거나 처참한 최후를 맞이한다는 점이 그렇다.
더 놀라운 점은 그림 형제가 쓴 동화만 해도 210편에 달하는데 이들의 동화를 읽지 않고 자란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한 번이라도 들어봤을 이야기들이고 책으로는 짧게 묘사가 되었지만 애니메이션으로 더욱 풍부하게 이야기를 만들어간다는 것도 얼마나 상상력이 풍부한 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벌써 초판이 발행된 지 2백년이 흘렀다. 그리고 이들의 작품은 원전 그대로의 완역본으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인데다 삽화가 곁들여져 있어서 마치 8~90년대 읽었던 동화처럼 디테일하게 묘사되어 더욱 이야기에 몰입시키는 효과까지 있다. 어린이를 위한 성스러운 이야기 10편과 본편으로 나뉜 걸 봐서는 원작에서 조금 잔인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읽을 수 있도록 순화되어 표현되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들 형제가 쓴 동화는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한 번을 읽어도 머릿 속에 쏙쏙 박힌다. 워낙에 모든 작품을 담으려고 해서 1,060페이지에 달하지만 책장에 소장해두고 틈날 때마다 꺼내서 읽으면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금새 하나하나씩 읽어나갈 듯 싶다.
역시 동화라서 그런지 누구라도 쉽게 이해하면서 빠져들 수가 있다. 오랜만에 만난 동화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잃어버린 순수한 동심의 세계로 다시 되돌아간 것 같았고 어린 자녀를 둔 분이라면 아이들에게 읽어주면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재미도 있을 듯 싶다. 같은 출판사에서 재발행된 책이니만큼 여러모로 신경써서 나왔는데 이젠 천천히 동화의 세계로 들어갈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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