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에 대한 이슈들을 생각해볼 때면 항상 씁쓸하기만 하다. 이건 공부를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과 교육 그리고 연습을 해서 얻어지는 것일텐데 막무가내로 "자~ 너희들의 창의력을 발휘해보라."고 질문을 던진다면 솔직히 할 말이 없어진다. 머리를 쥐어 짜낸다고 뭔가 전에 없던 새로운 것들이 튀어나올리가 없는데도 말이다. 나와 같은 세대는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져서 후천적으로 예술적인 활동을 하면서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게 되곤 하는데 결국 창의력이라는 것은 똑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틀리게가 아닌 다르게 생각하는 엉뚱함인 듯 싶다. 누군가 주목하지 않았지만 내 눈에 띄어서 그 의미를 확장시켜나가는 것이다. 누구로부터 평가를 어떻게 받을건지에 대한 생각보다는 확실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그걸로 된 것이 아닐까? 사실 이 책의 제목만 가지고는 무슨 얘기를 하는건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다만 이 책을 쓰기로 기획을 한 사람이 바로 <책은 도끼다>와 <여덟 단어>의 저자로 유명한 박웅현이었기 때문에 호기심이 일었다. 광고기획자로 이미 명성을 얻은 그가 TBWA라는 주니어보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스피치 프로젝트인 '망치'를 통해 평범한 대학생들이 스스로의 얘기를 끄집어내서 발표를 하기로 한 계획들은 참 괜찮은 아이디어로 보였다.
초반에 박웅현씨도 솔직하게 말했듯이 광고기획을 하는 사람이라고해서 앉아 있어도 남들이 생각해내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마구 튀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냥 회의를 해도 잡담하다가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고, 발단은 늘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여기서 조금 위안을 삼을 수 있을텐데 결국에는 작은 아이디어라도 여러 사람들의 생각이 더해져서 살이 붙고 점점 가다듬는 과정들을 통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망치 프로젝트에 참여한 대학생들도 자신만의 얘기를 청중 앞에서 7분간의 시간동안 얘기를 하게 될텐데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멘토와 멘티 관계를 맺는 일이었고 1차부터 3차에 걸친 발표시간 동안 충분히 자신이 발표한 내용을 점검하고 연습할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발표자 파트 맨 하단에는 QR코드가 있는데 유투브 검색바에서 망치를 쳐도 이들이 발표한 영상을 볼 수가 있다. 7분 남짓되는 시간을 떨지 않고 세바시나 강연 100도씨, 테드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많은 연습이 있었기에 자연스레 발표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책을 읽는내내 '망치'라는 스피치 프로젝트가 단지 단발성 프로젝트로 끝날 것이 아니라 대학생들이 자신만의 생각을 확장시키고 청중 앞에서 발표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정착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었다.
창의력의 뇌관을 터트린다는 의미의 '망치'는 유투브 영상을 들어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다들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는 점이 좋았고, 이러한 발표를 통해서 자신이 가진 생각을 서로 공유하고 누구라도 '망치' 프로젝트를 통해서 창의력을 터트릴 수 있는 잠재력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이 책은 그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발표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책이다. 결론을 내리면 창의력은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을 거쳐 드러나는 재발견의 과정이다. 요즘 융복합에 대한 얘기가 종종 나오는데 자기검열과 생각을 재단하지 않는다면 이들처럼 평범했던 사람도 창의력을 폭발시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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