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들려주는 일상 속 이야기는 왜 나와 닮아있는 것일까? 단지 성별의 차이는 있지만 분명 우리들이 겪고 있는 삶의 모습들이다. 이 책은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의 모습들을 화가가 그린 작품으로 투영해내고 있다. 공감하면서 술술 읽히는데 몰입도도 높고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특히 하루쯤은 게을러도 괜찮아가 그랬다. 직장생활을 하는 직장인이라면 대부분 고개가 끄덕이면서 씁쓸한 이야기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쉴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고 있는 반면 우리는 야근을 강요받고 있다. 경제가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활황이면 활황인대로 늘 직장 내에서는 바빠야 하며, 오랜 시간을 직장에 머무는 것을 자연스레 미덕이라 여기게 되었다. 치열하게 전사적인 마음으로 임해야 하는 우리들은 참 슬픈 전사들이다. 근무시간도 OECD 회원국 중 8년간 1위를 차지하면서 근무여건이나 만족도는 최하위에 머문다. 무한경쟁시대라면서 모두들 최전선에 뛰어들어 전투적으로 일할 것을 강요받지만 정작 쉴 수 있을 때 제대로 쉬지 못한다. "우리, 하루쯤은 게을러져도 괜찮다."는 말을 들으니 휴일은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면서 부산하게 어딜 쏘다니지 않고 게으르게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파트 1~4로 구성된 이 책을 전체적으로 조합을 해보면 우리들이 일상을 겪으면서 이래저래 너는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은연 중의 압박을 서로 주고 받으며 살아온 것 같다. 마치 이렇게 되지 않으면 큰일날 것처럼 자신을 다그쳤던 때를 생각해보면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텐데 참 여유없이 앞만 보면서 정신없이 살아왔구나. 그러다보면 소소한 것에도 즐거움과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일상에서 발견하는 따뜻함에서 멀어진 기분이다. 읽다보니 참 괜찮은 책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대부분 그녀가 겪은 에피소드인데도 따뜻하고 감성적인 필체 덕분에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이 나로 하여금 어떤 삶을 살아야 행복한 지 가만히 생각해볼 여지를 남겨주기 때문이다. 부제처럼 일상을 선물로 만드는 그림산책이라는 말이 꽤나 적절하게 잘 맞아 떨어진다. 아둥바둥 작은 일에 민감하여 신경을 곤두서기도 하고 마치 지금 당장 이뤄지지 않으면 큰 일 날 것처럼 안달복달하면서 마음을 채근하고 재촉했던 시간들은 내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데도 자신을 다독일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그간 여러 상처들이 많았을텐데 앞만 보면 달려왔을까라는 후회도 밀려온다.
그림으로 재발견되는 일상. 그래서 읽은 후에는 기억에 또렷이 남는다. 책을 다 읽고난 뒤 다시 그림을 보면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저자가 바라본 해석과 내가 본 그림의 느낌은 다시 풍부한 이야기로 상상력을 발휘하게 된다. 요새 우리는 자신의 감정과 일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타인의 고통이나 괴로움에는 둔감한 편이다. 누군가 힘들고 지칠 때 나를 위로해주면 등을 토닥여 다독거릴 때 마음의 큰 위안을 받고 비로소 안심을 한다. <내 마음 다독다독, 그림 한 점>도 하루하루 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힐링도서와도 같은 책이다. 그렇게 바쁘지 않아도 괜찮다며 조금은 천천히 걸어도 뒤쳐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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