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알아야 할 지식의 박물관'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굳이 달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은 책이다. 동양이라고 해봤자 내용의 대부분은 중국 고전을 다루고 있어 별 의미가 없어 보이긴 한데 정치와 외교, 병법과 지도자, 역사서에서 얻는 가치, 처세와 방법론으로 세분화하여 줄곧 얘기하는 부분은 지도자의 제왕학, 리더십, 처세술, 전략에 관한 것이다. 특히나 요즘처럼 한 나라를 이끌어 갈 수장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제 할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 때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총체적인 난맥상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한비자가 본 군주론에 대해서 들어볼 필요가 있다. "하급 군주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고, 중급 군주는 남의 힘을 이용하며, 상급 군주는 남의 능력을 이용한다."라고 하는데 남의 능력을 이용한다는 것은 부하 각자가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는 점이 다르다. 어진 군주 곁에는 항상 뛰어난 부하들이 따르는데 여기에 이념이나 코드인사로 편협하게 맞출 경우 보필해줄 수장들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비는 지도자가 안일한 태도로 조직을 관리하고 부하를 제대로 통솔하지 못하기 떄문에 배신을 당한다고 말하며 술을 완벽하게 터득해야 한다고 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 조직에 있든 그 조직을 이끌어 가야 할 리더들에게 해당되는 덕목과 지침들이 명료하며,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서 설득력이 있다. 오랜 역사 속에서 수많은 사상가들이 나왔고 그들의 주장을 담은 철학이 많은 중국 고전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처세술로 깨달음을 주는 예화들이 많다. 단지 이를 읽고 깨달음을 얻은 자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겠지만 군주와 경영자에 이입을 하더라도 절로 고개를 끄덕일만한 대목들이 참 많다. 당 태종, 항우를 비롯하여 이들이 천하를 통일하고 나라를 잘 이끌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신하들의 말에 귀기울여 듣고 있으며 매사에 공평했다는 것이다. 또한 각자의 의견이 다르니 그들의 생각을 모두 듣고난 뒤 심사숙고하여 그 중 합당하며 일리있는 말을 간택할 것을 보면 눈 앞에 놓여진 상황만 볼 것이 아니라 두루두루 넓게 바라보는 식견과 안목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닫게 된다. 특히나 당의 2대 황제인 태종과 그를 보좌한 명신들의 문답집을 모은 <정관정요>는 리더들이 꼭 읽어보고 그대로 실천에 옮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반인들이 바라는 지도자상은 그리 대단한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단지 우리들의 목소리와 의견에 귀를 기울여주고 본인이 내건 공약을 지킨다는 책임감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신뢰가 추락하면 민심을 잃기 마련이다. 나라가 어려울 때는 적극적으로 전면에 나서고, 국민들에게 닥친 재난을 분골쇄신하는 마음으로 다가서지 못하면 관계는 끊어져버린다.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들이 갖춰야 할 덕목들은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단지 권력과 힘을 쥐고 있다고 무소불위의 면면만 비췬다면 누가 진심과 성심을 다해 따르겠는가? 중국 고전이 아직까지도 읽히는 이유는 오랜 역사 속에 검증된 인간에 대한 이해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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