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제대로 알려주고 가르쳐주지 않으면 갑작스럽게 달아오르는 본능에 충실해 자기만족으로 끝날 수가 있다. 성관계는 감춰야 할 비밀스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흔히들 어디서 주워들은 얘기들로만 형성된 환상이 있다보니 정확한 방법이나 성에 대한 지식은 많이 부족하다. 이 책은 비뇨기과 여의사가 현직에서 경험한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38가지의 기술을 다루고 있다.
"섹스, 남자,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에 많이 열렸다고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옛날에 했던 방식 그대로 변화를 꾀하려는 노력 없이 섹스를 하고 있다. 나의 남편이 어떤 은밀한 상상을 하는지, 나의 아내는 성적 공상을 하고 있는지 등에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니 섹스도 점점 재미없고 시들해지고 무뎌져 간다."
바로 이 부분이 저자가 책을 통해 얘기하고자 하는 부분일 듯 싶다. 겉으로는 스스럼없이 얘기를 나누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아직도 전통적인 사고방식이라는 틀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기에 상대방이 성관계에 대해서 어떤 생각과 상상을 갖고 있는지를 알려고도 하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의무감에서 나오는 일종의 의식과 같은 행위에서 흥미를 가질 수 없기도 하거니와 그 감각이 점점 무뎌져서 무덤덤한 것으로 굳혀지는 것이다. 시간이 더 흐르면 부부관계에서 권태기가 찾아오는 것이다. 이 책은 단지 섹스의 기술이나 지식만을 알려주기 위한 것은 아니다. 남녀가 성지식을 좀 더 많이 알고 소통함으로써 건강한 성생활을 하자는 것에 있다.
우리가 아무런 지식도 없이 단지 관계에만 집중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상대방의 민감한 성감대가 어디며, 어떤 부분을 자극해야 오르가즘에 도달할 수 있는지 몸으로 대화를 해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서로가 각자 가진 환상과 착각을 깨는 일이 급선무다. 우리는 늘 이성을 향한 본능을 갖고 있다. 남자와 여자가 느끼는 부분이 다르기도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더욱 많은 대화를 나눴으면 좋을 것 같다. 그간 어디에서 만족감을 느꼈으며, 아팠는지. 자신이 좋아하는 체위나 자극에 대한 것도 얘기하면 좋을 것 같다. 단지 부끄럽고 민망해서 말을 꺼내지 못한다면 상대방은 더더욱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흔히들 동성끼리는 터놓고 무용담을 말할 때가 많은 데 이성끼리 섹스에 대한 얘기를 꺼낼때면 이상한 눈초리로 볼 때가 가끔 있다. 이제는 서로를 위해서라도 성관계를 통해 만족감을 느끼고 생활의 활력을 얻기 위해서라도 이렇게 유용한 성지식을 쌓아두는 것은 득이 될 뿐 결코 해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모든 감춘다고 해서 저절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진지하게 접근하다보면 지금보다 더 건강하고 즐거운 성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서평(Since 2013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평] 교양으로 읽는 인문학 클래식 : 죽기 전에 알아야 할 지식의 박물관 (0) | 2015.06.07 |
---|---|
[서평] 징비록. 1 : 임진왜란, 피로 쓴 교훈 (0) | 2015.05.31 |
[서평] 남자요리 99 (0) | 2015.05.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