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느 별에서>는 19년이라는 세월을 지나오며 각기 다른 책 제목을 출간되었는데 1996년엔 <첫눈 오는 날 만나자>, 2001년엔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2003년엔 <위안>으로 이미 발간된 책이다. 이제서야 읽게된 정호승 시인의 첫 산문집은 <우리가 어느 별에서>라는 제목의 개정증보판이다. 기구한 운명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지만 산문집이라는 특성상 시간을 지나오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에피소드들은 인간적으로 성숙해지면서 또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는 것 같다. 90년대 그의 시집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 같다. 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항상 그의 시집이 차지하고 있었고, 그의 시는 읊을수록 인간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그의 글에 담긴 깊이와 철학은 읽을 때마다 여러 번 곱씹게 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일이라는 게 왜 그리 어려운 건지. 개정증보판을 내면서 18편을 추가하였고, 30여 컷의 일러스트가 삽입되었다.
산문집 중 인상적이었던 글이 있는데 <한 일본인의 정직>이었다. 작가는 1989년 여름에 오사카성에 관광차 들르게 되었는데 한 가게에서 물건값을 치루려고 자신도 모르게 10만엔을 냈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오사카 성 안 쪽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저 멀리서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한 아줌마를 보게 되는데 그 사람은 가게 직원으로 거스름돈을 돌려주기 위해 멀리서부터 뛰어온 것이다. 한국이라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인데 그것이 일본에 대한 인상을 바뀌었다고 한다. 일본인들이 고객을 대하는 자세가 바로 정직인 것이다. 손님 앞에서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물건을 속여서 팔지도 않는다는 인상을 주는 건 바로 솔직하게 대하는 자세가 아닐까? 지하철을 탈 때면 우리는 자신의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몸을 부풀리지만 일본인들은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몸을 축소시킨다고 한다. 아마 대부분 공감이 갈 듯 싶다. 내 경험상으로도 옆 사람이 얼마나 불편할 지에 대해선 전혀 생각하지 않는 듯 다리를 쩍 벌리거나 팔짱을 껴서 힘을 주면 옆 사람도 일부러 축소시킨 영역이 더 좁아지는 걸 막기 위해 다시 힘을 쓰게 되는 것처럼 배려가 부족하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만원 지하철을 탈 때 받은 스트레스가 생각나면서 같이 화가 났다. 팔꿈치로 짓누르거나 다리를 꼬거나 스마트폰을 보느라 옆 사람은 신경도 안 쓰는 걸 보면서 아직은 공공 질서의식이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낀다.
아마 두고두고 읽을만한 산문집을 본 듯 싶다. 그래 그렇지 공감하며 잊고 지냈던 본연의 나로 돌아가기 위해 읽으면 좋을 책이다. 그렇다 우리는 사랑하지 않을 때 외롭다. 우리는 사랑하지 않을 때 혼자이고, 혼자일 때 바로 외로움을 느낀다. 외로움은 이 세상에서 혼자라고 느끼기 시작할 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지 않고 있거나 혼자일 때 찾아온다는 것이다. 어느 비오는 날 카페에 앉아서 읽기에 그만인 책이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사람들을 이젠 소홀히 대하지 말고 진심으로 대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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