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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고트 마운틴 : 데이비드 밴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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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정말로 새로운 경우는 없다. 거의. 또한, 우리가 세상의 중심인 경우 역시 없다. 하지만 그 순간, 모든 것은 재편성된다. 살인을 하면 존재하는 모든 것이 우리에게 복종한다.


메마른 산길에서 픽업트럭을 타고 아버지와 할아버지, 톰 아저씨와 함께 열한살짜리 소년은 사슴 사냥길에 오른다. 작열하는 태양빛에서도 그들은 사냥감을 찾기 위해 이동을 계속하고 있었다. 매우 건조하게 시작하는 이 책은 카인과 자신을 대입시키면서 죽음에 대한 생각들로 사색을 해나간다. 저자 본인의 생각을 이입시킨 것인지 <자살의 전설>에서 자신이 따랐던 아버지의 자살로 인해 받은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생각을 정리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과정인 것이다.


사건은 우연하게 일치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일어난다. 열한살의 소년이 그 무거운 라이플로 사정권이 들어온 밀렵꾼을 총으로 맞추면서 시작된다. 아버지가 손대지 말라던 라이플로 이제 낙인이 되어 속죄받을 수 없는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사슴을 잡겠다는 열망으로 가득차 있던 소년의 살인을 감추기 위해 시체를 어느 나무 위에 매달아 놓는다. 일행으로 따라간 톰 아저씨를 포함하여 네 사람은 이제 벗어날 수 없는 죄의식이 개입된 최초의 사건이다. 대화 표시가 없이 문장만으로 이루어져 있어 주체와 객체 사이에 교차점이 없다. 밀렵꾼을 죽인 후의 상황은 모든 흐름이 재빠르게 지나간다. 겨우 열한살 밖에 안된 소년은 밀렵꾼을 죽인 사건 이후로 점점 내면으로부터 어른이 되는 과정들이 잡힌다. "나는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어론이 되었다." 살인을 정당화시킬 수도 미화되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그 죗값을 치뤄야 한다. 


하지만 소년은 시체를 매단 행위를 예수가 자신의 십자가를 대신 짊어지고 무거운 짐을 감당한 것에 비유한다. 사슴 사냥이 이들 일행의 주 목적이었지만 실수였든 아니면 오발이었든 자신의 무게만큼이나 나갈 라이플로 살인을 저지른 뒤 카인과 예수로 대체한다. 후반부에서 할아버지가 톰아저씨를 쏘라고 한 대목은 광기마저 보인다. 조준경 속에 보이는 톰아저씨를 보면 소년은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그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을 수 있다는 할아버지의 윽박지름을 듣지만 소년은 죽이고 싶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책 전반에 흐르는 심오한 철학과 끊임없이 자신과의 싸움에서 갈등하는 소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성경에 보면 인류 최고의 살인을 저지른 카인을 오버랩시키고 이를 사슴 사냥과 연결짓는다. 잘 들여다보면 인간의 광기와 살인에 대한 끔찍한 결말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단지 사슴 사냥을 위한 고트 마운틴에 오른 네 사람은 모두 비극을 맞게 되는데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죽이고 있다. 이 세상에 온 것도 어쩌면 그래서일지도."라는 말에 그렇다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소설 속에 심오한 성찰이 혼재되어 있어 더 곱씹어봐야 할 작품이 되었다.




고트 마운틴

저자
데이비드 밴 지음
출판사
아르테 | 2015-06-0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세계 유수의 문학상 15개 수상, 18개 언어로 번역 출간! 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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