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도 무척 흥미롭게 읽었지만 이 부부들 참 대단한 것 같다. 그리고 누구보다 행복해보여서 참 보기 좋다. 한 달에 한 도시로 여행을 떠난다는 컨셉도 좋았지만 단순히 여행을 떠난다는 것보다는 여행을 통해 오늘의 행복을 누리는 삶이 부러웠다. 현실의 족쇄라는 것이 참 무서운 게 일상적인 틀을 모두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내 삶의 패턴과 안정적인 기반을 다져도 모자를 판에 결혼하고 얼마되지 않아 모든 짐을 정리하고 여행을 떠날 생각을 하다니 무척 놀라웠다. 유럽편에 이어 남미편은 스페인에서 미국으로 가는 크루즈 여행으로 시작한다. 14박 15일 정도 걸리는 여행인데 선상에서 이뤄지는 모든 콘서트, 행사, 뷔페, 피트니스, 숙박 등 무료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마음이 혹 갔다. 아마 천상에 있는 것처럼 하루하루가 매우 즐겁고 행복했을 것 같다. 최상급의 요리와 수준급의 공연을 들을 수 있으며, 아침이면 트랙을 돌며 운동도 즐기고 아무런 부담없이 그날 그날 벌어지는 축제같은 하루를 마음껏 누리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 여행에서 만난 두 젊은 친구들과의 인연도 계속 이어지는데 여행은 나이와 상관없이 즐길 수 있을 때 즐기는 것이 최고인 듯 싶다.
스페인을 떠나 미국을 거쳐 남미 중 첫발을 디딘 곳이 칠레이다. 속표지에 나와있듯 칠레, 파타고니아,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볼리비아, 브라질 등 주로 내륙보다는 외곽 쪽에 위치한 나라들을 여행했고 비교적 치안이 안정적인 곳을 골랐다. 솔직히 이들의 여행기가 재미도 있었지만 속으론 매우 부러웠다. 아직 한국을 벗어나본 적이 없는 나로써는 신기한 듯 신비로운 외국의 다채로운 풍경들은 마치 세상 밖 어딘가의 꾸며진 미지의 세계와 같았고 여행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들과의 이야기들도 흥미로웠다. 여행기로써는 두꺼운 편에 속하는 책이다. 뭐 그리 할 얘기들이 많은지. 참 부지런히도 돌아다녔고 사진도 많이 찍었다. 책을 읽다가 이들 부부가 나눈 인상적인 대화다.
"종민, 너 지금 행복해?"
"요 며칠은 니가 괴롭혀서 불행했어. 하지만 평균적으로 보면 한국에 있을 때보다 지금이 훨 좋아."
"마음이 달라지면 꼭 솔직하게 말해야 돼? 알았지?"
그들은 진정한 행복을 찾은 듯 싶다. 매일 하루가 새롭고 또 무슨 일들이 벌어질 지 모르는 낯선 도시에서도 그들은 함께 있기에 서로를 의지하면서 긴 여행을 버텨낼 수 있었을 것이다. 거의 세계일주를 하는 셈인데 온전히 살아있는 오늘에 충실하였고 남들보다 많은 것을 보고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여행에 후회가 없다고 한다. 현실에 지친 우리들에게 마치 먼 일처럼 느껴지지만 그들도 우리와 별반 바를 바 없는 보통 사람들이다. 하지만 자신들이 경험한 것을 책으로 엮었고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의 세상은 어떻게 흘러가는 지 알게 되었다. 앞으로 떠나게 될 다음 여행지에 대한 여행담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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