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한 때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카피라이터라면 보통 방송 CF나 신문광고, 영화 등에 나오는 강렬한 문구를 만들어서 이미지를 제고시키고 많이 팔리도록 이끄는 마법의 한 줄을 그려내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늘상 아이디어라는 것이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다는 말의 준말)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지만 흔하게 말하는 말은 많이 보고 듣고 따라하라는 것인데 이 책도 읽다, 듣다, 찍다, 배우다, 쓰다로 장을 나누었다. 박웅현 사단과 같이 일하는 그녀는 이름은 남자이지만 분명 결혼한 여자다. 흔히들 말하는 일상이라는 것이 그리 대단할 것도 없다. 매일 매일 겪고 있는 시간의 연장선이지만 저자는 나름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한 활용법을 자신의 생활에 빗대어서 재미나게 얘기하고 있다.
보통 컨텐츠나 아이디어, 상상력의 발현은 기존에 있던 것들과 내 생각이 결합하여 갑자기 나오는 것 같다. 집 한 쪽 구석을 가둔 메운 책장이나 CD장은 보물창고와 같다. 그녀가 단골집이라는 마르셀리노는 리스본 알파마 지구에 빌린 집 골목 끝에 있는데 연주자들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연주하고, 보통의 한 할머니가 연주에 맞춰 멋드러지게 노래를 부르는 그 순간은 마치 프리마돈나의 노래를 듣는 것처럼 환상적인 시간이 된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예기치 않은 감동을 만난다. 이런 곳에서라면 뭔가 새로운 것들이 마구 생겨날 것 같다. 이태원의 작은 골목에서 새어나오는 재즈 선율을 들으며 여름 밤하늘의 낭만을 느끼듯 크리에이티브는 책상 머리에 앉아 쥐어짠다고 나오지는 않는다. 새로운 환경에 놓일수록 일상은 특별해지고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저마다의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저자의 솔직한 입담을 재미있게 읽고 있으면 당연하게 내 인생을 되돌아보게 된다. 어차피 한 번 뿐인 삶에서 우리가 만나는 사람은 한계가 있다. 내가 살아가는 동네와 내가 일하는 직장에서 만나는 일들은 그 자체로 나만의 이력이 된다. 우리가 미래에 기대할 수 있는 건 뭔가를 끊임없이 계획하고 오늘보다는 다른 일상을 맞을거라는 기대감에 차있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있다면 좋은 책을 읽고 감명깊은 음악을 들으며 멋진 곳에 나가 사진도 찍어보고 배우고자 하는 열망을 놓지 않으며 계속 쓰는 일을 진행하는 것이다. 10년간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작가가 될 것이라고는 꿈에 생각하지 못했을텐데 자신이 겪는 일상의 기록을 담은 책을 낸 그녀의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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