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캄보디아를 떠오르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바로 캄보디아 내전을 소재로 삼은 영화 '킬링 필드'다. 무시무시한 학살이 벌어진 그 잔혹한 모습에서 무려 인구의 1/3이 크메르 루즈라는 무장단체에 의해 살해당했다고 하는데 끔찍한 일이다. 같은 동족을 어떻게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무고한 국민들을 잔인하게 죽을 수 있을까? 그런 끔찍한 내홍을 겪은 캄보디아 출신의 작가가 <나는 매일 천국의 조각을 줍는다>라는 책을 내놓았다. 헌데 소설의 첫 시작은 여느 부유한 가정의 평화로운 아침처럼 잔잔하기만 하다. 아직 어떤 참상이 벌어질 지 모르는 태풍의 눈처럼 아름다운 필체로 라미라는 일곱 살 소녀의 일상을 담고 있다. 라미는 소아마비에 걸린 탓에 보행교정기를 껴야만 거동이 가능하다. 그녀 곁에서 항상 보살펴주는 엄한 유모가 있고, 순진하고 충직스런 늙은 총각의 하인이 있다. 왕가의 후손이라 어느 것하나 부족함이 없는 가정의 모습이다. 그래서 앞으로 다가올 비극은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너무나도 대비되기 때문이거나와 전쟁통에서는 목숨보다 소중한 것은 없으며 별 일 없던 일상이 하루 아침에 지옥으로 변해버리게 된다.
라미에게도 한 순간에 비극으로 변해버리고 만다. 크레르 루즈라는 혁명군이 들이닥치면서 맨 몸으로 집 밖으로 끌려나오게 된다. 그 이동 중에도 시인인 아버지는 라미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준다. 자신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딸이기에 이 상황을 이겨내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혁명군이 라미에게 아버지의 이름을 대라고 하자 순순히 응했던 라미는 아버지와 생이별을 하며 모두 뿔뿔이 흩어지고 만다. 그 와중에 라미는 어머니 곁을 따라가게 되는데 아직 어리광을 부려도 이상하지 않을 일곱 살에 이처럼 엄청난 일을 한꺼번에 겪게 된다. 보통 사람이라면 견디기 힘든 순간일 것이다. 아버지는 어쩌면 마지막 순간일수도 있는 그 날 밤 걸음이 자유롭지 않은 딸이 보는 앞에 땅에 누우면서 딸은 날 수 있다는 말을 남긴다. 비극이 일상처럼 벌어지는 현실 앞을 딛고 끝까지 살아남으라는 메세지가 아니었을까? 아버지의 처형, 매일 같이 반복되는 굶주림과 고통의 순간들. 자신보다 어린 동생은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왕비였던 할머니도 뒤따라 숨지고 만다. 자신의 가족이 하나둘 떠나는 상황에서 어떻게 버텨낼 수 있었을까?
라미는 아버지의 수첩 속에서 발견한 글에 담긴 의미를 깨달은 후 극적으로 헬기에 구조되어 탈출하게 된다. 혁명 무장단체였던 크메르 루즈도 내부를 통해 붕괴해버리는데 이 소설을 저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져서 더욱 생생한 감동을 전해준다. 그것도 아름다운 문체로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역사적 사실을 이렇게 소설로 펴낼 수 없다는 건 그 당시의 비극을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이미 많은 것을 전해주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매일 천국의 조각을 줍는다
- 저자
- 바데이 라트너 지음
- 출판사
- 자음과모음(구.이룸) | 2015-07-28 출간
- 카테고리
- 소설
- 책소개
- 삶이란, 저마다의 희망의 조각들을 ‘발견’하는 일이다 “자신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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