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누군가의 소소한 삶을 이야기해주는 것만큼 잔잔한 감동과 깊은 울림을 전하는 글은 없다. 굳이 맛깔나게 쓰지 않더라도 소박한 글에 진심이 담겨 있으면 가슴으로 밀려드는 파도의 일렁임이 있다. 공지영 작가는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 온 베스트셀러 작가로 수많은 장편소설과 소설집, 산문집을 펴냈는데 그녀가 신간을 낼 때마다 늘상 이목을 끈다. 이번에는 <딸에게 주는 레시피>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출간하였는데 글에는 진정으로 딸을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져 있으며, 20대에 해봄직한 고민을 덜어내고자 실제 딸에게 편지를 쓰듯 아니면 대화를 하듯 글을 써내린다. 여기에 음식 조리하는 법을 알려주는 그래서 제목이 딸에게 주는 레시피가 된 것이다. 문득 세상 모든 짐을 짊어진 듯 우울증이 찾아오거나 세상은 공평하지 않은거냐며 고민을 털어놓을 때도 엄마로서의 현명한 조언과 함께 기분을 풀어줄 수 있는 레시피롤 소개해준다.
역시 공지영 작가의 글은 부드럽고 이해가 쏙쏙 된다. 남자인 내게 읽기에도 부담스럽지 않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같은 여자로서 딸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들이 가득하다. 미리 경험을 해 본 인생선배로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고민을 털어놓는 딸에게 조목조목 알려준다. 다른 사람의 삶도 아닌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존재인 딸이 행복할 수 있도록 힘든 순간을 잘 이겨내라고 따뜻한 말과 함께 레시피대로 음식을 만들어서 먹고 나면 기분이 풀어질거라고 한다. 역시 이야기꾼 답게 일상의 이야기들도 잔잔하게 씀과 동시에 음식에 대한 이야기도 맛깔나게 쓰곤 한다. 일반 사람들은 이런 에세이를 읽으면서 일상의 위로를 받곤 한다. 내가 하는 고민들을 그들도 하고 있구나라며 동질감을 느끼고 그래 훌훌 털고 일어나야지 하며 기운을 북돋을 수 있게 해준다.
얼마나 각박한 세상인가. 사람에 대한 평가기준이 숫자로 판가름을 내며, 그것만이 그 사람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고 맹신하는 세상에서는 내 수고와 노력이 제대로 인정받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남을 밟고 일어서야만 내가 생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피폐하고 냉혹한가. 공지영이 이번 에세이를 읽으면서 아직은 이 세상을 살아갈만한 이유가 존재하며, 내가 가진 것을 나누며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힘과 위로가 될 줄 수 있는 말한마디라도 얼마나 큰 용기를 주는지 알게 되었다. 아직 20대는 온전히 자신만의 주체성과 자립심을 갖기 힘든 시기다. 한순간의 감정에 휩쓸리기 쉬우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러모로 곱씹으면서 부모가 자녀에게 건네 듯 따뜻한 말들이 너무나도 좋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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