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돈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많이 벌어 부자가 되면 행복해진다고 맹신하는 환경이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보다 항상 우선순위에 있으며, 남들과의 비교우위를 통해 자신의 지위와 신분상승을 목표로 두고 저울질을 한다. 경제상황과 취업율이 열악해져 가면서 인문학 보다는 취업이 잘 되는 실용학문으로 재편되었고, 정신적 고양보다는 좁은 낙타바늘같은 취업문을 넘기 위해 달리는 청춘이 되버렸다. 열정과 노력만 있으면 불가능이 없다는 집단 최면에 사로잡혀 목표를 이루지 못한 건 자신이 나태한 탓이라며 자학한다. 조금 느리게 걷고 쉼없이 뜀박질한 인생길에서 잠시 쉬어가고 싶지만 인생 낙오자라는 낙인이 찍히지 않으려면 바쁜 척 계속 담금질을 해야한다. 10년 전의 상황이 다르고, 5년 전의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다. 카멜레온처럼 끊임없이 변신을 거듭하는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어제의 기준과 오늘의 기준이 다르다보니 인생이 꼬여버린 것 같다는 자조섞인 말 속에 눈물을 삼킨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좀처럼 나아지는 것 같지 않다. 불안한 노동환경, 질 낮은 복지, 야근과 술자리의 반복 그 외 우리를 힘들게 하는 자잘한 많은 일들에 조금씩 지쳐가고 있다.
평생 인생의 맛과 재미를 느껴보기 전에 이리저리 치이다가 떠나는 건 아닐까 싶은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한 번 주어진 삶인데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 흙수저로 태어난 업보라 여기며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자신의 힘으로는 변화시킬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사회로부터 떨어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며 근근히 버티고 있는 위태로운 줄타기를 한다. 왜 OECD 회원국 중에 자살율이 높고 행복지수가 낮을까? 사회 양극화와 빈부격차가 심해서 일 수 있지만 내가 열심히 노력만 하면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 자체가 시스템 속에서 무너져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외부요인으로 인해 조금 잘 될 것 같으면 막대한 자본과 권력의 힘에 의해 밀려나고 버려지는 간접경험을 학습했다. 어떻게 보면 젊은 세대들이 바라보는 현실은 암울하기만 하다. 그래도 힘들기만 한 현실이지만 조금씩 이런 문제를 자각하며 바꿔나가려 힘을 모은다면 우리의 인생도 헛되이 보내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느리게 더 느리게>의 저자이자 <철학 읽는 밤>을 펴낸 장샤오헝의 인생학 강의는 각별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희망과 목표를 잃어버린 채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인생의 본질 속으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생명의 길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길지 않고, 또 우리에게 길이를 정할 결정권이 없다. 그러므로 유한한 생명을 더욱 진지하게 대하며 인생의 일분일초를 충실히 이용해 생명의 길이로서 생명의 길이의 부족함을 메우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유한한 생명 속에서 가치를 남길 수 있는 가장 완벽한 길이다." p.47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면, 청춘을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면, 커다란 포부와 이상을 품고 방황의 소용돌이를 힘써 빠져나가야 한다. 나를 위한 인생의 새로운 장은 바로 거기에서 열리게 될 것이다." p.236
인생의 스승을 만난 것처럼 이 책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에 대한 성찰을 하게 만든다. 차분히 우리에게 되묻는다. 당신은 어떤 인생을 살아왔고 살아가고 싶은가? 남의 시선이 아닌 내게 의미있고 세상이 더 나아질 수 있는데 보탬이 될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얼마나 멋진 일일까? 일희일비에 연연하며 쉽게 흔들리는 갈대가 아닌 누구보다 자유롭고 행복한 영혼을 위해 읽을만한 주옥같은 얘기들이 들어있는 책으로 새해를 시작하는 이 맘때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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