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제1회 서울순성놀이를 참여한 이후 지금까지 해마다 빠지지 않고 그 험준한 길을 걸었다. 걸으면서 서서히 한양 도성이었던 서울의 옛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돈의문, 숙정문, 창의문, 흥인지문, 숭례문을 지나오면서 걷다가 만나는 근대문화역사 유적지를 볼 때면 역사를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보존해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 지 알게 된다. 일제에서 해방된 후 역사보존에 대한 개념이 전무했던 때라 처참하게 허물어지고 망가진 사례들이 무수하다. 부끄럽고 치욕적인 역사라 할지라도 완전히 없애버리면 누가 그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을 수 있겠는가? 근데 걷다가 마주하게 된 복원현장을 보면 정말 그 당시의 모습을 재현한 것인지 아니면 억지로 구색 맞추기 위해서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우리의 역사인식이 얼마나 형편없고 경제개발과 눈 앞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라면 과거 문화재 따위는 어떻게되든 상관없는 것일까? 점점 방치한 채 망가져가는 문화재를 볼 때마다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하다못해 유럽이나 동남아, 남미에 가도 아직까지 잘 보존된 역사유적지를 보면서 감탄하면서도 우리나라의 소중한 문화에 대해선 무관심을 넘어 아무런 생각없이 훼손을 할까? 우리가 관심을 두고 지키지 못하면 후대에 남는 건 오로지 사진과 영상 밖에는 없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 또한 잘못 알고 있었던 사실과 모르고 있던 부분도 많았다. 서울에는 아직도 알게 모르게 묻혀있거나 어딘가에 방치된 채 놓여있는 문화재들이 많을 것 같다. 그리고 현존하는 건물들도 새롭게 보인다. 역사를 깊게 알면 알수록 진실에 더 한 발짝 다가서게 된다. 지금 국정화 역사교과서를 만든다고 정부에서 발벗고 나서는데 왜곡되지 않은 사실 그대로를 기술했으면 한다. 역사에 기록된 사실을 다르게 해석하지 말았으면 한다. 권기봉 씨의 책을 읽으면서 그런 마음에 더욱 강하게 들었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교과서 내용이 전부도 아니거니와 실제와는 다르게 알았던 내용들이 많았음을 부인할 수 없다. 영광스런 역사만을 기억하고 배울 것이 아니라 <징비록>처럼 뼈아픈 역사까지도 우린 자세히 배우고 알아야만 한다. 과오를 분명하게 인식을 하고 올바른 역사관을 가져야 우리의 미래는 밝지 않을까? 여전히 청산되지 못한 과거. 기득권층을 위한 역사를 통해 무얼 배울 수 있을까? 근현대사에 대해서 모르는 부분들이 의외로 많다. 그들의 행적과 격동하는 시대에 대한 이해. 신분제의 몰락과 자본주의의 유입으로 인한 생각의 변화. 노론, 소론, 남인, 서인에 이어 보수와 진보로 나뉜 첨예한 이데올로기 공방전.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여전히 혼돈이 가득하다.
불과 몇십년 전에 이 땅에서 벌어진 일이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몰랐다. 왜 귀중한 지. 보존할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당장의 생계를 위해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정보와 지식의 통제. 병영식 교육문화. 국가와 민족 앞에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민초들은 자신을 희생하며 내일은 나아지겠지. 위에서 어련히 하겠냐고 믿었지만 배신을 때리는 권력자들이 무수히 많았고 억울한 일을 당하면서도 제대로 국가로부터 그 억울함을 풀지 못했다. 독립문의 진실과 서울시의회의 역사, 세종로와 이순신 장군 동상에 얽힌 이야기. 조선총독부와 경성총독부, 조선신궁에 대한 것까지 때로는 비판적이고 떄로는 해박한 역사인식으로 간만에 몰입하면서 봤다. 인구 천만명이 사는 서울을 나는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인지. 여전히 아이러니하고 현실과의 괴리감 속에 사는 것만 같다. 몇 십년, 몇 백년 후에도 그 자리 그대로 문화재가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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