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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습지의 숨 쉼 : 순천만에서 나를 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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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는 안될 것 같다. 몸이 예전같지 않다. 체력이 많이 떨어져있고 무거워진 몸이 나를 감당하지 못해 쉽게 피곤해진다. 무엇을 하든 어디를 가든 체력이 중요한데 당장 돈을 버는 것보다는 나를 추스려 체력을 키워내야 할 것 같다. 몸이 힘들면 다시 복구하는데 걸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들의 몸도 관심을 가지고 지키지 않으면 이렇게 힘든데 지구의 숨구멍이라는 습지와 갯벌, 늪을 보존하지 않으면 되려 인간에게 재앙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순천만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이고 애써 지켜야할 이유로도 충분하다. <습지의 숨·쉼>은 12명의 작가들이 와온이라는 작은 바닷가 마을을 오가며 찍은 사진과 詩, 글들로 담은 일종의 모놀로그 형식으로 모아낸 책이다. 도시의 안과 밖은 세상과 삶에 대한 바라봄에도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확실히 도시에서의 삶은 전혀 내게 행복을 가져오지 못했다. 도시가 주는 문명의 혜택, 풍요로운 문화생활을 많이 누려왔음에도 마음이 홀가분하지 않았다. 사람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존재인데 도시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인간이 추구해야 할 삶의 목적일까? 이미 난 지칠대로 지쳐있다. 어디론가 떠날 수만 있다면 자연과 맞닿은 어느 지점이었으면 좋겠다. 도시 속의 화려함이 아무리 화려해도 그 때 뿐이다. 나는 도시를 거니는 이방인일 뿐이다. 나는 도시를 구성하는 구성원이며 엑스트라인 하나의 객체다.


도시를 벗어나 자연과 맞닿은 곳에 가면 얼마나 마음이 자유로운가? 과욕을 부릴 일도 없고 끝없는 욕망에 사로잡히지 않아도 된다. 단지 대자연의 움직임에 순응하며 아름다움을 누리면 된다.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순천만은 그래서 그 자체로도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그 습지에서 터전을 일구는 우리의 이웃이 있고, 공허한 가슴에 숨을 불어넣는 산소통과 같다. 나 역시 작가들처럼 같은 마음이다. 그 속에서는 작은 떨림에도 시 한 구가 흘러나오고 삶에 찌든 때가 헐거워진다.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 자연과 함께 살고 싶다. 자연생태계의 보고인 습지에서 찍은 사진들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놔누면 사람들에게 얼마나 이로운 환경을 만들어주는 지 잘 보여준다. 망가져버린 몸은 잠시 현실을 외면해버리고 싶게 한다. 내 자신이 너무나도 힘드니까 정말 치유하는 시간을 갖고 싶게 한다. 자연을 닮은 사람은 얼굴에 그대로 묻어나듯 욕심을 버리고 땀 흘린만큼 정직하게 벌고 싶다. 순천만을 오랜 시간 담은 CD 동영상은 그 감동을 연장시키는 덤이자 선물이다. 우리에게 순천만은 이제 자연생태공원을 중심으로 이제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 되었다. 무성한 갈대밭 사이로 지나는 길은 누군가에게는 추억을 선사하고 누군가에게는 자연과 함께 숨쉬는 순간에 감사할 것이다.


달라질 것 없는 오늘과 내일. 무의미한 하루의 연속. 살아갈수록 삶이 고독해진다고 느낄 때 순천만은 마음을 내어주고 말없이 등을 토닥거려주는 위로의 공간이다. 지금도 순천만을 터전삼아 숨쉬는 동식물과 인간은 함께 어우러져 오늘과 내일이 다른 평온함 속에서 하루를, 한 계절을 지나고 있을 것이다. 삶이 무의미하게 여겨질 때 문득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내게도 작은 위로와 치유의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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