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히 꿈꾼다. 혼자 귀촌해 내려가는 생활을. 도시생활도 회사생활도 이젠 지쳐 버렸다. 마음이 닫혀 버렸다. 어디에든 마음 둘 곳 없는 나는 이방인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모두 의미없는 것 같다. 살갑게 다가와준 사람은 내겐 둘도 없는 벗이다. 마음이 외롭고 허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권태기가 찾아온 것도 같다. 나는 늘 자연 속에 있을 때 마음이 평온했다. 무엇을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내겐 마음의 안식처였다. 내가 귀촌하려는 생각을 갖게 된 이유는 오롯이 내 자신일 수 있기 때문이다. 탁트인 자연과 함께라면 내가 사는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요즘 귀촌 세미나에 참석해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우리도 시골생활은 처음입니다>와 같은 책을 읽으면서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무엇을 해도 내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면 행복할 것 같다는 확신.
바바 미오리 씨는 아마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8년간 도쿄에서 보소반도의 남쪽 끝자리에 위치한 미나미보소로 주말마다 오가는 생활을 하는 이유는 어쨌든 이들 부부에겐 시골살이가 오히려 도시에서의 삶을 돕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껏 뛰놀 시기인 아이들에겐 시골에서는 그저 신나고 즐거운 일들 뿐이다. 자연이 곧 놀이터요 시끄럽게 떠든다고 나무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는 이 곳을 얻기까지 주말마다 이 곳 저 곳을 알아봤지만 대부분 터무니 없는 조건을 내걸거나 신중하게 고른 끝에 살려고 하면 이미 다른 사람에게 팔리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러다 도쿄 부근이 아닌 여러 조건에 합당한 곳을 찾다 미나미보소를 알아보게 되었는데 부동산중개인 덕분에 지역 유지인 미요시의 땅 8,700평을 잘 관리한다는 조건으로 집과 땅이 딸린 곳을 얻을 수 있었다.
시골에서 정착하지 않고 도시와 시골을 오가는 생활을 통해 자신과 맞는 지를 알아보려는 사람에게는 꽤 알찬 책이 되었다. 글 자체도 읽기 편하고 좋아서 내가 만약 시골살이를 하게 된다면 반드시 알아둬야 할 정보도 쏠쏠히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생생한 시골살이의 경험담을 들으면서 직접 재배한 채소를 먹고 마음이 더 가는 곳은 미나미보소라는 걸 깨닫게 된다.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얻은 경험은 시골로 전이될 때 어떤 효과를 볼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는데 바바 미오리는 NPO법인 미나미보소리퍼블릭을 설립하여 마을숲학교, 센조쿠 카페, 미요시 공방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인상적인 것은 내가 좋아서 하게 되었는데 이 생활이 즐겁기 때문이다. 일본도 시골에서의 고령화가 만만치 않다. 오히려 귀촌, 귀농을 통해 젊은 사람이 시골에 정착해서 자신들이 도시에서 얻은 기술로 뭔가를 해볼 수 있다면 더불어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귀촌을 꿈꾸는 내게 간접체험을 할 수 있었던 소중한 책이었다.
'· 서평(Since 2013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평] 청춘 일탈 : 사실은, 출근하지 말고 떠났어야 했다 (0) | 2017.04.01 |
---|---|
[서평] 행복이 머무는 순간들 : 소소하지만 소중한 행복을 배우다 (0) | 2017.03.20 |
[서평] 오래 들여다보는 사람 : 한국화 그리는 전수민의 베니스 일기 (0) | 2017.0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