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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불구의 삶, 사랑의 말 :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이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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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에서 연상되는 건 피터팬 증후군이었다. 피터팬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의 특징은 몸은 어른이지만 어른의 세계에 끼지 못하는 어른아이를 지칭하는 말로 성인이 되어서도 현실도피를 위해 스스로 어른임을 인정하지 않고 타인에게 의존성을 띄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하지만 저자가 이 책은 대중문화와 교양을 결합하여 진지한 성찰이 담긴 책이었고 곳곳에는 현실 속의 어른 사회를 비판하는 글들이 내포되어 있다. 저자만큼 이성적이지는 못하지만 다른 세대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건 생각만큼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서로가 살아온 과정이 다르고 정치, 문화, 경제 속에서 경험한 일들도 다를 수밖에 없다. 나이를 들수록 적어도 기성세대를 지칭하는 '꼰대'는 되지 말자는 생각을 가지고 젊게 생각하는 편이다. 누군가에게 부끄러운 어른은 되고 싶지 않다. 자신의 말에 책임지지 못하고 비겁하며 현실과의 타협을 애둘러 다른 말로 변명하는 그런 어른이라면 내가 되고 싶지 않았던 '꼰대'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


간혹 오늘을 사는 청(소)년들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대중문화인 경우가 많다. 특히 저항정신과 현실비판을 담을 수 있는 음악은 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다. 6~70년대 저항정신의 상징이 펑크록 장르였다면 이후 얼터너티브 록이 대신했고 지금은 힙합에서 그런 목소리와 메시지를 가진 글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 이데아, 시대유감, Come back home의 가사는 지금 들어도 파격적이다. 이 책에서 I Don't Wanna Grow Up(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가 대표적이다. 살아갈 유일한 목적은 오늘이잖아가 특히 인상적이다. 읽기는 어렵지 않을지 모르지만 책에서 언급한 내용을 이해하는 건 간단하게 이해하고 넘길만큼 가볍지 않다. 나 역시 몸은 어른이지만 말투나 생각은 아직 2~30대 모습 그대로다. 억지로 어른이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어른스럽다는 말은 감정이 휩쓸리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의젓하게 사리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닮고 싶은 어른이 적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성장은 어른과는 반대로 가는 것이고, 그들을 딛고 가는 것이다. 즉 성장은 다른 언어를 배우는 것이다." 에필로그에 나오는 말이다. 우리가 한 단계 성장했다는 것은 마치 서툰 외국어를 배우는 것처럼 그것을 기어코 딛고 나아갔을 때 우린 기존과는 다른 의미에서 성장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전과는 달라진 생각과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어른과는 반대로 가고 싶다. 나와 다른 세대를 이해하고 싶다.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의 삶이 교과서처럼 정해진대로만 간다면 얼마나 따분하겠는가? 때로는 다른 삶과 생각을 가진 그들을 응원하듯이 내 속에 있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다. 아직 경험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았다고. 어른이 되는 과정은 지난 날의 실수와 상처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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