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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몽키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책 제목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로 독특하지만 사실은 수록된 25편의 단편 소설 중 하나일 뿐이다. 커트 보니것이라는 이름을 잘 몰랐는데 그는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풍자 작가이자 블랙 유머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커트 보니것이 50~60년대에 쓴 단편 소설을 묶은 책이라 다소 편차가 존재한다. 어떤 소설은 집중하면서 읽게 되지만 또 다른 소설은 머릿속이 붕 뜬 것처럼 도무지 집중이 안 되는 소설도 있었다. 미국식 유머이기에 국내 독자들에게 얼마나 잘 먹혀들지 장담할 수 없다. 블랙 유머의 포인트는 언어유희와 예기치 못한 부분에서 빵 터져야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래도 블랙 유머의 대가답게 글의 가독성은 뛰어나서 잘 읽히는 편이다.

글이 쓰인 시기를 감안하면 웃음을 터트리지 못한 것도 진지한 소설이라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이번에는 나는 누구죠?'같은 경우도 그렇다. 연출자는 우연히 전화 회사 창구에서 업무를 보던 아름다운 여자를 발견하고 즉시에서 오디션 제안을 한다. 오디션장에 온 헬렌 쇼는 그 역할에 적합한 주인공이지만 제대로 된 연예 경험이 없어 잘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러다 연극 일을 하지 않을 때는 '밀러 철물점'에서 일하는 상대 배역의 해리를 만나게 된다. 감정이입이 된 헬렌 쇼는 성공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며 연극은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무대가 끝나면 사라지며, 절대 파티에 참석하지 않는 해리를 본 헬렌 쇼는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대사를 읽게 한다. 종연 축하 파티에 함께 나간 둘은 일주일 뒤 결혼하게 되고, 연극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대답한 말이 "이번에는 우리는 누구죠?"다.

미국식 유머인지는 모르겠지만 단지 연극의 역할이 중요했다는 건지 한참을 생각해야 했다. 옮긴이의 말처럼 미래의 모습을 상상력을 동원해 쓴 작품들은 완전히 평등한 사회이거나 영원히 죽지 않는 사회를 미래 세계의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해리슨 버저론'과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가 대표적인데 그런 사회에 살게 된다면 전혀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 그 외 작품들도 50~60년대에 쓰였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상상력이 가득하다. 세계 최초의 전자식 컴퓨터를 소재로 삼거나 미·소 양대국의 우주 개발 경쟁 등 작가의 관심 영역은 무궁무진하여 영감을 받는 분야가 폭넓다. 커트 보니것이 그린 상상력의 세계를 다시 한 번 더 읽어볼 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