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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망한 글 심폐소생술



제목부터 이미 망해버린 내 글을 다시 소생시켜 줄 것 같다. 우리가 글쓰기에 자신감을 갑자기 잃어버리는 순간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서 마무리를 지어야 할지 쓰는 사람조차 갈피를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망했다는 건 이미 가망 없다는 얘기일 것이다. 글에 심취해 정신없이 쓰다가도 정신 차리고 다시 읽어보고 정말 내가 쓴 글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그제서야 어색한 문장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탈고 전에 재교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게 하는 대목이다. 방송작가인 저자가 밝혔듯이 글을 쓰기 위해서 어쨌듯 글감을 찾아야 한다. 글로 담기에 좋을 재료들을 모으고 독자들의 주목을 끌만한 글쓰기 기법으로 새 단장한다.

방송작가라는 직업 특성상 프로그램에 쓰일 원고를 제때 작성해내야 한다. 취미가 아닌 직업으로서의 글쓰기이기 때문에 방송 시작 전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라디오 작가와 TV 구성작가로 20년간 일했다면 이미 경험해볼 만큼 경험하고 누구보다 방송의 흐름을 잘 알 것이다. 얼마나 많은 프로그램을 맡으며 원고를 작성했을까? 방송 원고는 일반 글쓰기와 확실히 다르다. 마치 연극 대본처럼 지문이 존재하고, 실제 시각과 음향이 글에서 전해온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겪은 에피소드들로 글쓰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들려준다. 선배가 마치 후배들을 불러 모아 놓고 친절하게 조언해주는 것처럼 힘을 빼고 읽게 된다.

일상의 기록들은 글의 자양분과도 같다. 글감은 우리 일상에서 보고 들은 얘기들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 있는지 귀 기울여 관찰하다 보면 글쓰기에 힌트를 얻어낼 수 있다. 이 책도 다른 글쓰기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양한 글쓰기에 관한 조언과 방송작가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내용들로 20년간 얻은 노하우를 풀어내는 식이다. 일단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영상을 옮겨다 놓고 다른 사람에게 본 대로 설명해준다는 생각으로 쓰다 보면 글쓰기가 편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망한 글이라면 처음부터 다시 고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글의 의도를 명확하고 선명하게 드러내고 내가 쓴 글도 다시 보기를 습관화한다면 우리의 글쓰기도 계속 가다듬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