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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서평] 행복해지는 법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서 : 3,500km 미국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걷다



나름 걷기를 좋아해서 서울둘레길을 완주했지만 3,500㎞에 달하는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완주한 저자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매일 20~30㎞를 걸으면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고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험한 산길도 걸어야 하기 때문에 허리나 어깨도 아플텐데 그 고행을 마다하지 않은 두 사람은 그 여정 속에서 연인이 아닌 부부가 되었다. 행복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면서 뭉뜬 질문을 던질 때가 많다. 개개인마다 각자가 느끼는 행복은 다를 것이다. 험난할 것 같은 여정이라도 일단 가봐야 알 듯이 어떤 이유를 묻지 않고 저자는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 콘티넨셜 디바이드 트레일(CDT)를 완주하며 이제 트리플크라운을 남겨둔 남자친구를 따라 애팔래치아 트레일(AT)에 동행했다. 대한민국의 30대 여성으로 동행하기 전에 많은 질문을 했고, 답을 찾았는지 궁금하다.

마운트 휘트니 정상에서 평생 동고동락하며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기로 약속한 이들은 그렇게 여행자가 되었다. 직장을 그만두면서 시작한 여정이기에 앞날이 불안했을텐데 둘이 공동으로 세운 가치관을 보면 납득할 법도 하다. 첫째, 우리가 행복한 일을 하자. 둘째, 남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일을 하자. 셋째,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 이 가치관대로 그들은 소모되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지 않고 행복한 일을 하기로 한 것이다. 좋은 인연을 만나기도 하고 전에 해보지 못한 경험도 하면서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얻은 것 같다. '잠시 돌아가느냐 마느냐의 차이이고, 속도나 거리의 차이일 뿐. 우리 삶에는 이런 색 구분보다는 그 어떤 것도, 즉 방황이든 직진이든 간에 모두를 옳다고 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남의 인생에 참견하려 하지 말고 그 선택을 존중해줄 수 있다면 공통의 선택지와 다른 길을 가더라도 덜 외로울 것 같다. 사실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완주한다는 건 인생에서 몇 안되는 특별한 경험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는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것과 가보지 못한 곳은 얼마나 많은가. 왜 고생을 사서 하느냐고 묻기 전에 나는 언제 행복함을 느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하루를 행복하게 살다보면 매일 매일이 모여 일주일, 일 년, 그리고 평생을 행복할 수 있어'. 결국 하고 싶은 것을 해볼 때 가장 행복하지 않을까 싶다. 남들의 기준에 맞춰 나를 껴맞추지 말고 내가 주도적으로 일을 계획하고 살아가려고 할 때 이들처럼 행복해지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될 것 같다. 아무래도 누구든 도전하는 삶은 멋지고, 완수한 후에는 무엇이든 해낼 것이다. 이들이 또 어떤 도전에 나설 지 궁금하며, 마음 깊이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