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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책 리뷰]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서울대학교 최고의 ‘죽음’ 강의 (서가명강 시리즈 1)




제목만 보면 매우 섬뜩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유성호 교수 입장에서는 매일 시체를 분석하기 위해 일하러 가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20년간 1,500여 건의 부검을 담당한 법의학자로 현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하여 부검 사진에 대한 자문을 했기에 매우 익숙하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21세기 북스 '서가명당 시리즈' 첫 번째인 이 책은 서울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죽음'에 관한 강의했던 내용인데 2013년 1학기 정원 60명으로 시작했다가 이제는 정원 210명을 받는 대형 강의로 발전하였다. '죽음의 과학적 이해' 강의가 인기 있는 이유는 죽음과 관련한 다양한 이슈들을 실제 사례와 법의학자로서의 경험을 담아 강의를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식물들은 필연적으로 죽음을 맞이함으로써 생을 마친다. 죽음을 주제로 한 강의가 필요한 이유는 역설적으로 "삶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고 주변을 돌이켜볼 수 있는 교양인으로서의 품격을 가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라는 서울대 기초교양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알 수 있다.


죽음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매 순간이 소중하고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어가는 데 힘을 보탤 수 있는 것이다. 1,500여 건의 부검을 담당하면서 얼마나 많은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마지막을 마주해야 했을까? 그들이 억울한 운명과 사인에 대한 비밀을 풀어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매 순간 부검에 임할 텐데 그래서 이제는 일주일 한 번 월요일마다 검시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법의학자 수는 정확히 40명이다. 진담 같은 우스갯소리로 무슨 일 있던 함께 몰려 타지 않고 각자의 차로 이동한다고 한다. 만일 전체가 버스를 타는 중에 사고가 나면 우리나라의 법의학자는 모두 없어지기 때문이란다. 이들의 사명감 또한 대단해서 자신이 법의학자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며 일하는 사람들이다. 법의학은 죽음의 진실을 규명하는 사람들이다. 오직 시체가 남긴 흔적만으로 판단을 내린다.


여전히 논쟁거리 중 하나인 안락사와 현대 사회에서 늘어나는 죽음의 유형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자살에 대해서 알아본다. 합법적으로 안락사를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종교와 윤리적인 문제로 인정할 수 없는 것인가? 아직은 사람들의 거부감으로 인해 적극적 안락사는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알 것이다. 여기서 자살의 원인으로 크게 세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있다. 첫 번째는 다른 사람에게 짐이 된다는 부채 의식이고, 두 번째로 소속감 부재와 그에 따른 커뮤니케이션의 부재이며, 마지막으로 세 번째 원인은 죽음에 대한 무감각적인 학습이라고 한다. 하지만 누군가의 잘못된 선택은 유족들에게 엄청난 트라우마를 남기게 되고 가족 중에 자살할 가능성이 4.2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삶은 한 번뿐이기에 모두에게 소중한 인생이다. 영원히 계속될 것 같던 삶도 지나오면 찰나뿐인 짧은 생이다. 이 사실을 각인하는 순간 우리는 살아있는 오늘에 감사하며 살아가게 된다. 생물유전학 기술이 발전하여 생명 연장을 하게 될 날이 오더라도 정해져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기에 인생은 아름다운 것이다. 서울대 학생들이 최고의 강의로 뽑은 이유는 죽음을 통해 삶을 성찰하고 미래를 열심히 살아가야 할 동력을 심어주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국내도서
저자 : 유성호
출판 : 21세기북스(북이십일) 201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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