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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책 리뷰] 유대인과 함께 배운 히브리어 수업




히브리어를 배울 기회도 없을 뿐더러 관련 도서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이 책의 저자처럼 히브리어 강의 1일차 수업을 읽을 때부터 멘붕에 빠졌다. 히브리어의 단어는 남자와 여자, 단수형과 복수형의 수를 구분한다는 점에서 스페인어와 흡사한데 문제는 이것이다. '히브리어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야 하지만 한글로 발음을 적을 때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써야 하므로 적응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라는 대목에서 개미지옥에 빠졌다. 읽을 때는 오른쪽에서 왼쪽이지만 발음을 적을 때는 오른쪽에서 왼쪽이기 때문에 헷갈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히브리어의 문자는 마치 고대 상형문자와 같은데다 자음 22개의 알파벳마다 발음을 내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난감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에서 맞이한 2일차 수업은 큰 관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히브리어는 인쇄체와 필기체를 각각 다르게 쓴다는 점이다. 같이 공부하던 러시아계 유태인들도 이해가 되지 않아 선생님께 질문을 했으니 다들 힘들어한 것은 당연했다. 알파벳을 익히는 게 히브리어 공부의 50%라고 하지만 난이도가 높았다.


차라리 영어가 쉬워보일 정도였다. 저자는 7명과 함께 9개월에 걸친 수업을 끝까지 마쳤는데 히브리어는 힘들고도 재미있다는 반응이 궁금했다. 히브리어는 유태인으로부터 직접 배우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었고, 러시아계 유태인 선생님으로부터 받는 수업 효과를 6개월 즈음부터 나타났다고 한다. 느리고 둔하지만 기초부터 탄탄하게 다져가는 과정을 거치기에 수업을 들을수록 퍼즐을 맞춰나가듯 연결되는 지점이 흥미로웠다. 문법, 암기식으로 진행되는 외국어 수업은 애초에 흥미를 가질 수 없고 진행할수록 질리는 느낌을 받았는데 '6장 유대인과 함께한 히브리어 수업 특징'은 외국어 공부에 중요한 힌트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특징을 잘 짚어내주었다.당장 내 외국어 공부에 적용해보려고 한다. 이 책은 히브리어 자체 보다는 올바른 언어 공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아래와 같은 수업을 받으면서 점점 익숙해지는 것을 보며 깨닫는 바가 많았다.


1. 글씨보다 소리를 강조한다.

보통 외국어를 배울 때는 듣기보다는 글을 보고 제대로 읽는 것에 집중했는데 거꾸로 발음을 듣고 소리에 집중할 때 듣기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다. 처음에는 속도감이 없어서 힘들지만 천천히 효과가 생긴다고 하니 시도해볼만 하다.


2. 문법 없이 말부터 배운다.

문법 중심으로 배웠던 외국어 공부를 근본부터 바꾸는 방법이다. 문법 설명 없이 수업 내내 듣고 말하고 읽기만 반복했는데 수업이 끝나갈 무렵에는 자연스럽게 문장의 공통점을 발견하여 어순, 부정형, 접속사, 복수형의 규칙을 스스로 깨닫게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문법만 암기해서 그 규칙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한 공부때문에 오히려 언어를 배우는 장벽이 되었던 것이다.


3. 모음 표시 없이 읽고 써야 한다.

히브리어를 배울 때는 자음에 집중하고, 모음 표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수록 습득 속도가 빨라진다고 한다.


4. 프린트체와 필기체를 완전히 구분한다.

알파벳을 암기할 때 프린트체와 필기체를 따로 외우면 혼동되니 동시에 한꺼번에 묶어서 익혀야 한다.


5. 질문을 통한 스폰지식 학습법이다.

암기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고 일방적인 설명보다는 질문을 통해 학생들이 천천히 습득하도록 유도하는 학습 방법이다. 정답만을 요구하는 질문이 아니라 정말 궁금한 내용을 질문할 수 있는 뻔뻔함을 길러준다는 점에서 하브루타 교육방식이 가진 장점을 떠오르게 한다.


6. 호기심을 자극하는 수업이다.

꼬리에 꼬리처럼 이어지는 질문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게임과 노래로 외국어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게 한다는 점에서 내가 공부한 방법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유대인과 함께 배운 히브리어 수업
국내도서
저자 : 남윤수
출판 : 좋은땅 2019.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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