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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Since 2013 ~)

[책 리뷰] 샘터 3월호


우리 주변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위주로 감동을 주는 잡지를 읽어본 적이 언제인지 모를 만큼 기억에 남는 내용들이 많았다. 뒤표지에도 발행인의 글이 실려 있어 무심코 읽어보니 어른에 대한 정의를 '진정한 어른이란 다른 세대나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자'라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세대 간의 갈등은 자신의 고정관념과 편견을 가진 채 대립하기 때문에 발생된다. 나이를 먹었다고 어른이 아니라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그대로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어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강원도 춘천시 효자동 삼정노인정에서 30여 명의 어르신들의 식사를 살뜰하게 챙기며 총무를 맡고 있는 양춘재 할머니의 똑 부러진 일처리에 칭찬이 자자하다. 겉으로 보기엔 행복하게 노후를 보내시는 것 같지만 그녀에겐 크나큰 아픔이 있었다. 정든 학생들을 위해 시래기콩탕을 끓이고 도토리묵무침을 해주던 날 얘기를 들어본다. 25년 전 두 아들과 막내 사위와 함께 서울 큰딸 네로 가던 길에 교차로를 달려오던 승용차가 덮쳐 두 아들을 잃고 본인은 갈비뼈 12대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입게 된다. 갑자기 빠진 몸무게에 힘겨워 흑염소를 고아 겨우 몸을 추스르고 강원도 춘천에서 안 해본 일 없이 살아왔다는 그녀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래도 산 사람은 살더라고... 그럭저럭 산 게 25년이여. 허허." 담담하게 되뇌며 호방하게 웃기까지 보낸 그 세월을 견디며 이웃들에게 뽀얀 국물의 시래기콩탕을 내오는 손길이 시리다.


'인성의 재발견' 꼭지는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JTBC 드라마 <SKY 캐슬>의 이면이 우리나라 교육을 그대로 반영한 것 같은 씁쓸함이 느껴진다. 서울대 의대 합격을 위해 수십억 원을 들여 고용한 입시 코디네이터와 부모들의 지나친 욕망은 아이들을 삶의 주체적인 인간이 아닌 부모님의 로드맵에 따라 기능하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오히려 청소년기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감과 자존감을 길러줘서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힘인데 입시 공부라는 위태로운 줄타기에 부모의 역할은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정한 세상의 논리를 가르치기보다는 자신의 삶과 행복을 스스로 결정하는 아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응답하라 청춘아지트 - 취향을 나누는 문화살롱'은 요즘 다시 불고 있는 아닐로그 감성을 반영하는 건전한 모임이다.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취향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공간에서는 굳이 나이, 직업, 학력에 얽매이지 않아서 마음에 든다. 취향관의 공간을 살펴보면 1층에서는 편안한 대화와 만남이 이뤄지는 거실과 커피, 술 등을 제공하는 바가 자리해 있고, 2층으로 올라가면 소규모 살롱에 적합한 세 개의 개별 공간이 갖춰져 있다. 소규모 살롱은 여섯 명 정도가 참여하여 취향에 따라 다양한 주제로 살롱이 열리는 공간이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특별해 보였다. 합정동 2층 양옥집에서는 이렇게 취향을 마음껏 얘기하는 사람들이 모여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을 보낸다.


샘터 3월호를 읽으니 다음에도 또 어떤 이야기로 따뜻함을 선사해 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특별날 것은 없지만 그래서 하나하나 소중한 우리들의 살아있는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