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하기만 한 도시생활을 접고 산새들이 우지짖는 자연으로 들어가 나만의 집을 짓고 살고 싶다는 꿈은 단지 꿈뿐일까? <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의 가족들을 보면 행동마다 자연스럽고 얼굴 가득 행복으로 충만해 보였다. 다소 불편함을 감수하고 살다 보면 적응하게 마련이라 자연이 주는 선물과 함께라면 매일매일이 새로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자연인이다>를 즐겨 보고 있다. 스페인 고산 마을의 200년 된 집을 친구로부터 600만 원에 구입해 7년간 비스타베야 주민들의 도움으로 집을 완성했다. 세상에 거저 얻어지는 건 없지만 궁하면 통한다고 주말마다 텐트 치며 집 수리에 매진하던 부부에게 아무 조건 없이 무상으로 7년간 카라반을 빌려준 페페 아저씨의 도움도 무척 컸다.
고산 마을에서의 생활은 갖춰져 있지 않은 문명의 이기들로 불편함 투성이였다. 수도, 전기, 전화가 들어오지 않은 지역이라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식수와 생활용수를 해결해야 했는데 첫째 아이인 산드라가 태어난 지 3개월 만에야 저수탱크를 완성할 수 있었다. 부족한 전기는 처음엔 석유 발전기를 쓰다가 촛불을 켜고 살았다. 아이를 갖게 되면 전기가 필요해져서 태양광 전지와 태양열판을 설치하게 된다. 들어오지 않던 전화도 거듭 정부에 전화 설치를 요청한 결과 스페인 산업부에서 전화 설치 명령문을 받아 겨우 설치할 수 있었다. 이렇게 도시에서는 당연하게 사용했던 것들에 감사해하며 아이들과 함께 살아갈 낙원을 느리지만 천천히 가꿔나가기 시작한다.
방향이 정해지면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하나하나 완성해나가는 과정들은 스페인 사람들의 기질인 것 같다. 공동체의 유대감이 강해서 조건 없이 도와주는 문화를 여전히 갖고 있다는 점이 부러웠다. 자급자족을 위해 텃밭에서 채소를 길러 먹는다. 농사 경험이 없는 이들 부부는 자급자족이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절감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를 키워야 했기에 어떻게든 수익원이 필요했다. 다행히도 감자나 양배추를 수확하면 이웃과 물물교환을 하고 열심히 품앗이를 한 결과 이웃과의 연대인식이 깊어졌다. 돈 드는 일들을 줄여나가다 보니 몇 년 후 은행 대출금도 모두 갚을 수 있었다. 전기세, 수도세, 월세 등을 내지 않고 웬만한 것은 물물교환이나 품앗이를 한 덕분이다.
시골에서의 생활 속에 부딪히는 문제들도 살다 보면 해결되는 일들이 있고, 불확실한 미래를 감수하면서 현실을 살다 보면 길이 보인다. 시골생활이 마냥 낭만적이지 않겠지만 스스로 자급자족을 하며 직접 모든 일들을 해나가는 생활 속에서 자신이 지금 살아있음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남들이 정해 준 대로 살지 않고 살아가기 때문에 가치 있는 인생일 것이다. 스페인에서 생활하면서 얻은 지혜와 그들의 문화를 알려주는 내용들은 무척 좋았다. 혹시 시골 생활에서의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