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서평(Since 2013 ~)

[책 리뷰] 샘터 4월호

반응형




예상과는 다르게 혹독하게 춥지 않았던 겨울이 지나가고 모든 사람들이 고대하던 봄이 곧 새싹을 움트고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피어나려 한다. 4월은 새로운 시작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12개월 중 4분의 1을 보내고 이제부터 속도를 내는 시작점에 있기 때문이다. 거짓말처럼 49주년을 맞은 샘터는 잦은 창간과 폐간 소식이 잇따르는 잡지계에서도 오랜 기간 서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번 창간 49주년 기념호에서도 읽을거리가 풍성하게 실려 있다. 가볍게 읽어도 좋을 꼭지였지만 유독 눈에 띄는 기사가 있었다. 휴식의 기술 '스리랑카에서 배운 느림의 미학'이라는 꼭지인데 바쁜 현대인들에게 휴식과도 같은 글이었다.


2018년 초 퇴사를 하고 스리랑카를 여행하는 중에 저자는 놀라운 경험을 한다. 기차가 발달하지 않은 스리랑카에서 시속 50km도 채 되지 않은 속도로 달리고 있었는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기보단 바깥 풍경을 감상하며 음미하기 시작했다. 빨리 달렸다면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지나쳤을 자연의 웅장함과 함께 현지인들과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비록 느리고 불편한 10시간이었지만 또 다른 기쁨을 느끼며 행복과 자유는 그리 대단한 곳에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바쁘다는 핑계로 무심히 지나쳤던 일들을 통해 인생을 되돌아봤다는 저자에게 공감이 갔던 내용이었다. 이는 파랑새 희망수기 꼭지에서 '늦깎이 사회 초년생이 찾은 꿈'의 주인공과 다를 바가 없었다. 올해로 예순하나가 되었지만 취미로 조경수를 키운 경험을 살려 조경기능사를 따고 숲해설가에 도전하며 사는 저자는 보람된 노후를 준비하며 인생 2막을 살고 있다.


며칠 전 볕 좋은 날에 장충단 공원을 찾아갔는데 꼭지에 실려서 기분이 묘했다. 길모퉁이 근대건축 '장춘단의 낮은 목소리'에서 다룬 장충단 공원은 고종 황제가 갑신정변과 을미사변 때 순국한 장병들을 위해 1900년 11월 장충단비를 세웠던 곳이다. 하지만 1910년 이후 일제강점기 때 일제가 뽑아버리고 놀이공원으로 만들었던 곳이다. 이제는 시민들의 편안한 휴식처가 되었고 어르신들은 게이트볼장에서 운동하는 등 산책로로써 사랑받는 공원이기도 하다. 우여곡절이 많은 역사의 기억은 장충단 공원 내 '장충단 : 기억의 공간' 박물관에서 그 내력을 읽을 수 있었다. 도시 곳곳에 옛 건물을 허물고 아파트나 신축 건물이 들어서는 이 시대에 근대건축이 지닌 의미와 세월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꼭지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끔찍한 사건·사고 소식이 끓이지 않고 있다. 연암의 눈으로 세상 보기 '참된 인간성을 일깨우는 범의 꾸짖음'을 읽으면 인간만큼 잔인하고 폭력적이며 집요한 존재도 없다는 생각에 공감한다. 세상에 법이 없다면 무법천지가 되어 자기 멋대로 하며 남의 것을 빼앗고 죽여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사람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를 가장 도덕적인 집단으로 여긴다고 한다. 세상을 어느 정도 살다 보면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느끼게 된다. 이치에 맞지 않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약육강식의 밀림과도 같은 세상과 다를 바 없다. 연암의 '호질'에서 인용한 글을 읽으며 인간과 자연을 공생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 지구에 생명을 갖고 태어난 존재는 모두가 소중하며 휴머니즘으로 가득한 세상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샘터 (월간) 4월호
국내도서
저자 : 샘터사편집부
출판 : 샘터사(잡지) 2019.03.07
상세보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