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기르던 반려묘 델마의 몸을 씻어주는 것을 마지막으로 영원한 작별을 고한 작가는 이후부터 길고양이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길을 걷다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을라치면 델마가 마치 나를 찾는 것 같아 몇 번이고 발걸음을 멈춰야 했다는 저자는 어느 날 발견한 길고양이를 위한 먹이를 주는 노력으로 친해진다. 존재의 부재를 메꾸기 위해 다른 고양이를 곁에 두려 하지만 신기루처럼 사라져 떠나간 뒤로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 소설은 자신이 기르던 델마를 통해 경험한 감정을 살려 쓴 책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에게 길들여지듯 수동적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삶 곳곳에 우울함과 외로움이 깊게 베여있다.
이렇게 답답한 삶의 유일한 탈출구는 고양이 델마와 또래 이성친구인 경화를 향한 사랑에서 찾을 수 있다. 자신을 이해해줄 것 같은 동질감을 느끼며 이 감정은 애틋함으로 발전해간다. 하지만 주인공은 서른 중반이 되도록 연애를 경험하지 못한다. 이성을 만나 사랑하고 연인이 되는 일이 마치 조각배를 타고 망망대해에 나가는 일처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가졌다고 생각한 것이다. 어머니의 뜻대로 사고하는 자신이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원하는 사랑을 쟁취하지 못한 것을 표현한 말이다.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데리고 사는 이유는 외로움을 잊기 위해서라고 한다. 자신이 사랑을 주는 만큼 나를 따라주기 때문에 현실의 외로움을 잠시 잊을 수 있어서다.
델마에게 감정이입을 할수록 의존성은 높아져만 가는데 어느 날 소리 소문 없이 갑자기 떠나 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경화마저도 연락이 끊겨 버리고 마는데 이제 사랑을 주고받을 존재가 세상에 없어진 셈이다. 고양이는 자신의 곁을 잘 내어주지 않는 동물인데 작고 약한 동물들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고 한다. 그래서 고양이가 자신의 목을 맡기는 순간은 그만큼 사랑받고 있다는 뜻이라는 의미다. 주인공은 뒤늦게 고양이의 마음을 이해했다. 살아있기 위해 어디든 떠나야만 한다는. 어머니로부터 독립하여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