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샘터>에서 연재했던 글을 모아 <내 생애 단 한 번>을 출간하였고, 다시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으로 제목을 바꿔 100쇄 기념 에디션으로 내게 되었습니다. 글 중간에 유방암 투병 얘기가 나와서 잘 극복해가고 있다며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 써서 혹시나 했는데 다시 책날개에서 이력을 훑어보다 2009년 5월 9일 57세로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한동안 가슴이 먹먹해지더군요. '오늘'이라는 가능성은 자신이 암을 알게 되고 병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데 자신에 대해서 굉장히 솔직하셨던 분 같았습니다.
'잘난 척하며 살던 장영희가 어느 날 갑자기 암에 걸려 죽을 수 있다. 하지만 병을 통해 조금 더 겸손해지고, 조금 더 사랑을 배우고, 조금 더 착해진 장영희가 바로 오늘 성공적으로 항암 치료를 끝내고 병을 훌훌 털고 일어날 수도 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살면 헛되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갖고, 늘 반반의 가능성으로 다가오는 오늘이라는 시간을 열심히 살아간다.' -p.62
그 어느 누구도 앞 일을 함부로 예단할 수 없습니다. 암 투병이라면 오늘 내일 할지 모르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헛되지 않게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겠다는 부분에서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이 책은 저자가 일상에서 겪은 소소한 일들에 대해 쓴 책이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생전 유쾌하게 생각하며 살아온 일들을 보며 별것 아닌 일들로 채워진 우리들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함께 한 시간만큼이나 애틋하고 다시 돌아올 수 없기에 모든 일들이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암 투병하는 와중에도 자신이 아끼던 제자와 상담을 해오는 사람들을 위해 글을 남깁니다. 그래서 저자의 글 하나하나가 무척이나 소중합니다. 다들 암 투병을 극복하는 줄 알았지만 자신의 생명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삶을 살아갑니다. 어릴 적 소아마비에 걸려 평생을 목발에 의지해 살아가야 했음에도 박사 학위를 받고 서강대 영미어문 전공 교수이자 번역가, 칼럼니스트, 중고교 영어 교과서 집필자이자 저자로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 나갑니다. 평생을 후회 없이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음 속의 도깨비'에서처럼 명언마다 토를 달 듯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을 보면 참 통쾌하게 느껴집니다. 현실 속 세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세상에 태어나 한 번뿐인 우리들의 생명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걸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오늘 하루하루를 기쁘게 맞이하며 살아야겠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껍데기가 아니라 알맹이다. ... 재미있게 공부해서 실력을 쌓고, 진지하게 놀아서 경험 쌓고, 진정으로 남을 대해 덕을 쌓는 것이 결국 내 실속이다. 내가 주는 친절과 사랑은 밑지는 적이 없다. ... 남의 마음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것만큼 보장된 투자는 없다. ...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덤이 아니라, 없어도 좋으나 있으니 더 좋은 덤이 되고 싶다.' - p.122~123
이 땅을 다녀갈 때 저자 말이 맞았다며 실천하며 산다면 그것으로 보람이지 않겠습니까? 모두 어차피 자연으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이왕 살아가는 인생인데 헛된 것을 쫓기보다는 마음의 중심을 보며 더 많이 베풀고 보람되게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느 하나 허투루 흘려들을 말이 없습니다. 그 자체로 삶이 녹아들어 있고 이렇게 자신의 흔적을 분명히 남기고 갔으니까요. 이 책을 읽고 작은 희망을 품게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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